美 SAT시험,한국어 열풍…외국어 선택과목 채택돼

  • 입력 1997년 11월 6일 20시 13분


미국 교민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열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가 미국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Ⅱ의 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채택돼 11월1일 미국 전역에서 첫 시험이 치러진 것이 계기가 됐다. SATⅠ, Ⅱ 성적은 대부분의 미국 명문대가 신입생 전형시 중요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첫 한국어 시험 응시자는 3천여명. 대학입학 연령인 교민자녀 6천여명 중 거의 절반이 한국어를 선택한 것이다. 교민들은 『모국어가 시험과목으로 채택된 다른 나라 학생들은 한국계 학생들에 비해 그동안 외국어 시험 8백점 만점에서 2백점 가량을 더 받는 혜택을 누려 명문대 입학경쟁에서 결정적 이점을 안고 있었다』며 이제 한국계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계가 아닌 미국 내 한국기업에 채용된 외국인 직원의 자녀 등 외국인 응시자도 수백명에 달했다. 한국어가 이번에 독일어 프랑스어 등 6개 유럽어와 일본어(93년부터 채택) 중국어(94년부터 채택)에 이어 아홉번째로 공식 시험과목이 되기까지엔 교민들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교육계 출신 인사들을 비롯해 각계 지도자로 활동중인 교민들은 93년 「SATⅡ한국어 채택위원회」를 결성, 미국 내 한국학교연합회와 힘을 합쳐 미국 정부와 관계 요로를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 대학위원회에 교민 1만5천명의 서명을 모아 전달했고 대학위원회가 『한국어 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50만달러 가량의 경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모금운동을 전개, 교민들의 성금과 삼성그룹의 지원금 등의 정성이 모아져 95년 한국어 채택이 결정된 것. 조직을 「SATⅡ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이삼랑·李三郎)으로 확대 개편한 이들은 현재 미국 내 고교에 한국어반 개설 확산과 한국어 교재 개발 등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특정 언어가 SAT 과목으로 계속 유지되기 위해선 매년 2천∼3천명의 응시자가 있어야한다. 그러려면 1백개 이상의 고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돼 있어야하는데 현재는 19개교(일본어반은 5백60개교, 중국어반은 1천여개교)에 불과하다. 더구나 상당수 고교는 한국어반 개설의 조건으로 학교당 5천∼7만달러의 기부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이사장은 『한국어가 미국에서 명실상부한 제2외국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고국 정부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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