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경제신화는 끝났는가」.
7월부터 본격화한 국제통화위기와 최근 세계경제에 한파를 몰고 온 증시위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의 발단이 태국(통화)과 홍콩(증시) 등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증시위기의 핵심적인 배경으로 「아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꼽고 있다. 한국의 증시 침체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외국자본을 대거 유치, 불균형 성장이론에 입각한 「수출주도 전략」으로 발전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의적 통치가 일반적이며 경제발전 과정에서는 주식 등 금융자산과 땅값 등 부동산 자산의 폭등으로 「거품경제」 요인이 적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동남아에서 촉발된 통화 및 증시위기는 「아시아 경제신화」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의 금융 및 부동산 위기가 본질적으로는 실물경제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동남아 경제는 최근 들어 더 낮은 임금을 무기로 「경제전쟁」에 뛰어든 중국 베트남 등 후발 개도국에 밀리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86∼95년 연평균 성장률이 9.3%였던 태국의 올해 성장률은 4.8%로 예상된다. 경상수지적자는 95년 80억달러에서 지난해 1백47억달러로 급증했다. 말레이시아도 작년 수출이 95년보다 감소했다.
제조업 비중이 극히 낮고 금융업에 의존해온 홍콩은 투기세력들의 외환시장 공략에 중국 반환이라는 경제 외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주가폭락사태를 맞았다. 사정은 다르지만 일본도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은 급증하는 반면 내수부진으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도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이라는 불균형 속에 이번 사태를 맞았다.
미국만이 지금 고성장 저물가 저실업률 저금리라는 환상적인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미국이 홀로 끌어갈 수 없다는게 이번에 증명된 셈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28일자 사설에서 『경제의 세계화로 돈이 각국에 투자돼 한 곳이 흔들리면 다른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파리·동경〓이규민·김상영·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