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가 다시 화제다. 과거처럼 국정개입 시비로 구설수에 올라서가 아니다. 어머니로서, 나이 50을 눈앞에 둔 여성으로서 그가 드물게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지난 10일 파나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군용기 안에서 힐러리는 기자들에게 딸 첼시아가 보고싶다고 말했다. 첼시아를 스탠퍼드대에 보내고 난 후 백악관이 『텅빈 것 같다』고 했다.
첼시아가 떠난 후 힐러리는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마치 빈 둥지를 보고싶지 않아 부러 밖으로 도는 어미새를 연상시킨다. 워싱턴 포스트지(12일)는 이런 힐러리를 두고 「둥지가 비었으므로 다시 날아 오른다」고 했다.
힐러리는 13일 시작된 클린턴의 남미 순방에 동행한 후 이달말 북아일랜드와 영국을 방문하며 다음 달에는 카자흐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한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온 어린이 보호운동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의 이런 분주함에 대해 시사주간 타임지(20일자)는 『힐러리가 백악관의 실력자이고 재부상하고 있다』고 정치적인 해석을 붙였다. 그러나 여론에 투영되는 힐러리의 요즘 모습은 집권 초기 야심적인 의료개혁을 추진하려다 실패해 남편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겼던 「설치는 퍼스트 레이디」가 아니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유권자의 59%가 그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67%가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높은 지지율은 힐러리가 국정개입 대신 어린이보호나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같은 일에 더 적극성을 보인데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힐러리는 26일로 50세가 된다. 50세가 되는 기분을 묻자 그는 『50이 됐다고 해서 특별히 신경쓰일 일은 없는데 내 나이가 50이 됐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듣게 되는 것이 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