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神」으로 재탄생한 다이애나]영국인들 우상으로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2분


「안녕, 영국의 장미여. 당신은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피어날 것입니다」. 6일 다이애나 전영국왕세자비의 장례식에 바쳐진 엘튼 존의 조가(弔歌)에서 잘 드러나듯 다이애나는 죽음을 계기로 영국인들의 「마음의 여왕」으로 자리잡았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다리앤 픽테트는 『아름다웠지만 불행했던 다이애나가 충격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힘겨운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상징으로 부상했다』며 「왕세자비」가 「여신」으로 재탄생하는 신화(神話)가 영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다이애나가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다이애나는 미모 부 명성 등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불행하게 말년을 보냈다. 또 왕실로 상징되는 「권위」에 도전하는 등 「박해받는 자」의 이미지를 보여 주었으며 비극적인 사고로 요절해 더욱 극적인 면모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물론 다이애나가 오래 살았다면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옥스퍼드대 역사학과 존 엘리어트 교수는 『다이애나는 영국 국민들의 기억과 상상 속에 자리잡은 시대의 상징이자 우상이 됐다』며 『나라 전체가 한 사람에게 사로잡혀 이처럼 열광하는 것은 두려움을 느끼게까지 한다』고 평가했다. 다이애나가 애인과 함께 있다가 사망했으며 왕세자비의 신분으로 이혼전에 바람을 피운 사실 등이 다이애나에 대해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신화의 부산물이다. 유명인사의 죽음뒤에 찾아오는 이같은 현상은 사망 20주년이 지난 후에도 변함없이 우상으로 기억되고 있는 미국의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나 아르헨티나의 에비타 페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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