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8월중 촬영에 돌입, 연내 방영될 것으로 알려졌던 6.25전쟁을 소재로 한 대형 TV드라마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제작이 돌연 취소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8일자 남방일보는 6.25 당시 중공군이 미군과 벌인 전쟁의 내막을 다룰 예정이었던 국영 중앙텔레비전(CCTV)의 드라마가 국가외사주관부문의 검열에서 촬영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항미원조」는 毛澤東(모택동) 朱德(주덕) 스탈린 金日成(김일성)을 비롯해 중국 미국 러시아인 등 2백50여명의 관련 인물들이 등장하며 엑스트라 등 총출연진이 30만명이 넘는 대형 TV드라마. 張笑天(장소천) 등 중국의 최고극작가들이 대본을 완성했으며 제작비가 무려 20억원이 넘는 대작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왔다.
국무원과 TV 라디오 영화관련부(部)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심사까지 통과, 촬영개시 직전까지 작업이 진행됐던 이 드라마가 마지막 단계에서 난관에 부닥친 것은 한국전쟁의 진상이 사실대로 묘사될 경우 중국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6.25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1950년에 조선내전이 폭발했다』고만 명기, 남침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미제는 공공연히 유엔군을 지휘하여 조선침략전쟁을 도발하였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공식적인 역사관을 뒤집을 것인지의 여부가 주목됐던 것.
이 드라마의 감독 李前寬(이전관)은 『항미원조 전쟁은 본세기의 대사건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그 내막이 폭로됐다.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우리는 진실로 역사를 대해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드라마는 미국 러시아 북한 한국 유엔 등 여러 방면의 외교관계와 관련되며 국내외의 정치인들과도 관련된다. 따라서 많은 민감한 문제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해 정치적 이유로 드라마 제작이 취소됐음을 시사했다.
〈북경〓황의봉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