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회담 결산]美 『무역장벽 없애자』일방적 충고

  • 입력 1997년 6월 22일 20시 18분


22일 폐막된 서방선진 7개국(G7)과 러시아 등 8개국 정상회담은 미국이 정한 「게임의 룰」이 앞으로도 계속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기본축이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회담전 『이번 회담에서 다른 국가들은 미국을 모델로 경제를 배워야 한다』면서 고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유럽국가들에 정부재정을 축소하고 규제를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기업과 민간자본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는 뒤로 빠지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만 제공하라는 미국의 「게임의 룰」을 반영하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처럼 오만한 충고는 세계경제의 자율 개방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도 이번 회담기간 중 이에 이의를 다는 국가는 없었다. 미국의 이처럼 강력한 발언권은 21일 채택된 G7의 경제 성명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번 성명의 특징은 93년 이후 처음으로 각국에 대해 개별적으로 경제 처방을 제시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현안에서 문제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배경에는 이번 G7회담이 세계 경제의 현상유지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있다. 미국은 일본에 엄청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것을 주요 이슈로 제기할 경우 즉각 환율시장에서 엔화 강세와 달러화 약세 현상을 가속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각국의 개별적 문제점의 하나로 국한시켰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달러화 강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환율보다는 보이지 않는 수입장벽을 낮추는 규제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 장벽 완화를 위한 정례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양국간의 이같은 선례는 한미 관계에도 원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G7 회담결과가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원화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엔고를 따라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엔화가 안정되면 원화도 상대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미국의 「게임의 룰」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보호나 간섭없이 질기고 강한 경쟁력을 갖춘 미국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느냐는 문제이기도 하다. 〈덴버〓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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