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에서는 5일 총선이 실시된다. 그러나 「선거〓축제」라는 서구식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유혈보복의 악순환」속에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테러가 매일 발생하는 등 지난달 15일 선거유세가 시작된 이래 4일까지 무려 1백3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제리의 비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8년간에 걸친 치열한 독립전쟁끝에 62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으나 민족해방전선(FLN)이 30년 가까이 집권, 국민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경제정책 실패까지 겹치자 알제리 국민은 91년 총선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정당인 이슬람구국전선(FIS)에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화를 우려한 군부가 선거를 취소하고 FIS를 불법단체로 규정하면서 92년부터 내전상태로 돌입, 「피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무장그룹(GIA) 등 과격분자들은 정부에 대한 보복이라며 어린이 외국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한 테러와 약탈 암살 등을 자행하고 있고 정부도 무자비한 소탕작전과 고문 살해 등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단체들에 따르면 이슬람과격단체와 정부간에 벌어진 피비린내나는 혈전으로 지난5년간 6만여명이 희생되었으며 국외로 탈출한 사람이 40만명을 넘어섰다.
알제리정부는 지난해 헌법개정을 통해 의회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고 어느 1당이 과반수를 넘지못하도록 했다. 이는 특히 군부가 조종하는 정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다 종교정당의 결성을 금지하고 FIS의 선거참여도 원천봉쇄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3백8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에는 물론 39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리아민 제루알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들의 연합체인 전국민주회의(RND)와 2년전 대통령후보였던 세이크 나나가 이끄는 「평화사회운동」이 많은 당선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친여정당의 일방독주로 인한 「반쪽선거」라는 비난을 피할수 없는데다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계속된 테러때문에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지조차 불투명하다. 비록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결과에 관계없이 폭력사태가 계속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고진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