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총선유권자 60∼70% 문맹감안 『심벌전쟁』

  • 입력 1997년 4월 26일 20시 02분


「나비에게 표를」 「탱크를 찍어 주십시오」. 27일 의회선거를 앞둔 예멘의 정당들이 정책대결 대신 문맹자가 대다수인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뜨거운 심벌전쟁을 벌이고 있다. 3백1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는 4백60만명으로 이중 60∼70%가 문맹. 이 때문에 의미가 분명하고 쉽게 기억되는 심벌을 선점, 투표용지에 인쇄하려는 다툼이 12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2천4백명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집권당 전국민회의(GPC)는 뒷발로 땅을 박차고 일어선 말을 심벌로 채택했다. GPC는 예멘 국민이 험난한 장애를 뛰어넘어 발전과 번영을 성취하는 뜻이라고 밝혔지만 짓궂은 만평가들은 달러화를 삼키는 말을 그려 집권당의 부패를 풍자하고 있다. 이슬람교의 상징인 초승달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난제였다. 승자는 범아랍 노선을 표방하는 나세르당. 이슬람 원리주의자 정당인 알 이슬라당은 『우리가 먼저 초승달을 심벌로 신청했었다』며 선거위원회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으나 별수없이 해를 심벌로 삼아야 했다. 무소속후보들의 심벌에서는 풍부한 상상력이 느껴진다. 한 후보는 강한 힘의 상징으로 탱크를 심벌로 삼았다. 포탄 불도저 피스톨 등도 이 계열이다. 반면 나비 꽃 포도송이 등을 선택, 온화한 이미지를 강조한 후보들도 많다. 이밖에 황소 독수리 낙타 기린 등 동물도 심벌로 등장, 유권자들의 「그림찾기」도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비록 교육수준이 낮아 심벌싸움을 벌이고는 있으나 공정한 선거를 통해 다당제와 사상 언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아라비아반도의 유일한 민주국가의 긍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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