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과 21일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릴 예정인 美-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에서 러시아 미국 핀란드 TV들과 가진 공동 회견에서 나토의 東進을 반대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전세계의 주도권을 잡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나토의 東進은 현재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심각한 실수』로 START(전략무기감축협정)Ⅰ과 START Ⅱ의 이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러시아가 나토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공격 받을 가능성이 아니라 서방에 의해 포위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옐친대통령은 또한 『내가 원하는 세계는 多極化된 세계이지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지배하는 세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냉전의 복귀를 피하기 위해서는 제반 조건들이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외교관들은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충분히 양보했다』며 『양국간 동반자 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이제는 미국이 움직여야 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백악관에서 미-러 정상회담에 대비, 나토 확대 및 무기감축문제 등에 관해 빌 클린턴 美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시간에 걸친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프리마코프 장관은 앞서 지난 15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美국무장관, 16일에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과 잇따라 만나 이들 문제에 관해 협의했었다.
옐친 대통령은 무릎수술의 완쾌에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회담을 하루 연기하자는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오는 19-20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20-21일로 늦추는데 동의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끝난 뒤 21일부터 덴마크를 방문하려던 계획도 오는 7월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