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무릎수술…8주간 목발신세

  • 입력 1997년 3월 15일 19시 56분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당분간 목발신세를 지게 됐다. 왕성한 활동력을 어떻게 참고 지낼지도 관심이다. 14일 오전 1시반 세계적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의 저택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무릎 힘줄이 찢어진 클린턴 대통령은 워싱턴 근교 베데스다 미 해군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이날 오후 2시간4분 동안 힘줄 봉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48시간 병원에 입원하고 8주간 목발을 짚어야 하며 4∼5개월 동안 골프를 칠 수 없게됐다. 골프광인 클린턴은 수술 후 『이번에는 꼭 80을 깰 수 있었는데…』라고 노먼과의 무산된 대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백악관측은 국부 마취를 했지만 대통령이 수술도중 의식을 잃을 경우에 대비, 헌법 수정안 25조에 따라 앨 고어 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할 준비를 갖췄지만 『수술도중 한두번 깜박 졸았을 뿐』이라는 것. 수술 직후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과 집도의 등이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동안 회견장에 갑자기 전화가 스피커폰으로 걸려왔다. 매커리 대변인이 『대통령이 안부인사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기 무섭게 『내 말 들리느냐』는 클린턴의 음성이 나오자 회견장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클린턴은 『이처럼 질문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이 즐겁다』는 농담과 함께 오는 18일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사실을 직접 국민에게 알렸다. 클린턴은 병원에서도 이처럼 애교스런 깜짝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뜻밖의 부상은 정치자금 스캔들에 시달려온 그에게 정신적 휴식을 가져다줬다. 이날 한 하원의원이 정치자금 스캔들과 관련, 대통령 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을 제출했지만 기자들은 이에 관한 질문 대신 대통령이 의료보험에 들었느냐, 혹시 술에 취해 넘어진 것 아니냐, 병실의 침대 크기가 킹이냐 더블이냐는 등의 질문이 회견시간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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