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재판3년째 변호사費만 수백만달러 『알거지』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李奇雨기자] 「세기의 재판 제2라운드」로 불리는 O J 심슨 민사재판이 원고와 피고측 변호인의 변론을 끝내고 이번주부터 배심원 심리에 들어갔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돈문제」에 쏠리고 있다. 심슨이 패소할 경우 과연 그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감당할만한 「변제능력」이 있느냐는 것. 후지사키 히로시판사는 지난달 29일 심슨측에 그의 재정상태에 관한 일체의 자료를 원고측에 넘겨주도록 명령했다. 심슨이 최근 재판부에 그의 순자산이 사실상 「제로상태」라고 밝힌데 따른 것. 심슨이 지난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전 재산규모는 대략 1천80만달러(약92억원)로 추정됐다. 당시 그는 NBC방송의 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연간 1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심슨은 소송에 휘말리면서 고정수입은 끊겼지만 수감중 집필한 「나는 고백한다」라는 책의 인세수입으로 1백만달러를 챙겼다. 여기에다 언론과 인터뷰 등으로 수십만달러의 가외소득도 올렸다. 그러나 심슨은 재판과정에서 내로라하는 거물급 변호사들을 대거 고용하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날렸다. 무죄판결을 받은 형사재판에서 3백만∼6백만달러를 변호사 비용으로 댔고 이번 재판에서도 1백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때문에 뉴욕의 아파트 등 부동산을 처분하고 자신의 저택도 3백만달러에 저당을 잡혔으나 아직까지는 가정부와 정원사, 개인비서 경호원 등을 데리고 예전과 다름없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원고측이 승소하면 비록 심슨이 무일푼으로 밝혀지더라도 앞으로 생길 그의 수입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심슨이 55세가 되면 영화배우 조합과 미식축구협회로부터 받게 될 상당한 액수의 연금에 대해서도 압류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에서 이기는 것과 돈을 받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설령 원고승소판결이 나더라도 배상금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수년을 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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