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50만t 對美요구 속셈]韓-美공조 『흔들기』

  • 입력 1997년 1월 31일 20시 09분


[워싱턴〓李載昊특파원] 북한이 30일 미국 카길사를 통해 구입키로 한 식량 50만t이 즉시 제공되지 않으면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해옴에 따라 오는 5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설명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성렬공사는 이날 북한측과 카길사와의 식량구입 협상이 결렬된 후 이같은 입장을 미국무부에 전달했다고 밝히고 『카길사와의 협상은 카길사측이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금지불 조건을 제시해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식량 50만t은 잠수함사건 타결과정에서 미국정부가 카길사를 통해 주기로 했던 것인 만큼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면서 『50만t은 미국이 주든, 아니면 다른 나라(한국 또는 일본)가 주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주든 관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과 카길사와의 식량수입 협상은 민간차원의 상거래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해 북한과 카길사와의 식량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공동설명회 개최는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결책은 북한이 카길사와 막판 타협에 성공하거나 아니면 한미 양국이 어떤 형태로든 식량 50만t을 북한에 제공하는 길밖에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쪽도 쉽지 않다. 막판 협상타결 가능성도 낮고 한미 양국이 지금 당장 50만t을 내놓기도 어렵다. 식량 50만t의 시가는 줄잡아 1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6백만달러의 추가 식량지원 요청을 받고서도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역시 4자회담이 열리리라는 확실한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잠수함 침투사건의 상처를 딛고 본격적인 대(對)북한 식량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공동설명회는 연기를 거듭하고 남북한과 미국의 3자관계는 또다시 소모적 소강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추가 식량지원을 요청하게 될 경우 양국은 다시 불편한 관계에 빠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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