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백악관 눈엣가시 86세 할머니기자

  • 입력 1997년 1월 20일 08시 57분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태어나기 2년 전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대통령 취임식을 취재했던 86세의 할머니 기자가 자기 생애 15번째가 될 클린턴의 취임식도 `당연히' 취재하겠다고 우겨 백악관이 할 수 없이 기자석에 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紙가 최근 생활면 머릿기사로 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매클렌던 와이어 서비스社'의 사주겸 1인기자인 경력 66년의 새라 매클렌던은 지난 50여년간 누가 반기든 말든 막무가내로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엉뚱하고 모호하고 무례한 질문을 일삼아 백악관 공보담당자들이라면 머리를 흔드는 존재. 1931년 텍사스 타일러의 지방신문에서 시작, 여러 신문사를 전전한 끝에 50여년전 1人 통신사를 차려 텍사스 지방신문들을 상대로 기사를 팔아온 매클렌던은 브리핑 때마다 자기 질문을 받아달라고 계속 고함을 질러 다른 기자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무례하고 성가신 질문으로 여러 명의 대통령을 화나게 만들었다.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경우, 어느 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나머지 "별 볼 일없는 주제에"라고 망신을 주기까지 했으나 매클렌던은 "같은 텍사스 출신이라고 봐줄 줄 알았나"하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클렌던의 말에 따르면 클린턴 대통령은 자기 이름을 불러주고 상냥하게 대해주고 있다는 것인데 클린턴으로서도 계속 소리를 질러대는 이 할머니를 무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주위의 시각이다. 워싱턴 포스트紙 조차도 이 할머니 기자를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몰라 어느 때는 "터줏대감" 어느 때는 "어디 아픈 할망구"라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나 CNN의 래리 킹은 "독특한 존재, 꾸밈없는 사람"이라고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해 매클렌던은 자신이 "루즈벨트는 무서워했고, 닉슨은 존경했으며 케네디는 사모했고 아이젠하워는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레이건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막힘이 없었으나 국정에 대해서는 깜깜절벽이어서 기자들이 일일이 설명을 해 주어야만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닉슨 대통령 당시 퇴역군인들에 대한 행정 부패로 이들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이를 시정한 것이 자신의 공로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봅 돌에게 늘 "당신 보다는 엘리자베스(부인)가 먼저 백악관에 들어갈 걸"하고 말했지만 자기 생전에 여자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비좁은 아파트에 컴퓨터와 팩스기 한대가 장비의 전부이고 요즘은 기사를 받아주는 신문사도 거의 없지만 매클렌던은 "요즘 정치인들은 신문에 이름 나는데만 정신이 팔려 과거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며 "이들이 하는 일이 시원찮은 한 나에게 은퇴란 없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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