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에 억류돼 있던 인질 2백25명이 22일(이하 현지시간)밤 9시55분부터 추가로 석방됐다.
페루 정부의 협상대표들이 이날밤 대사관저에 들어간데 이어 5대의 버스가 대사관저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격돼 인질의 추가석방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었다.
○…인질범들이 인질을 대규모로 석방하자 페루군은 게릴라가 인질로 위장해 탈출할 것에 대비, 삼엄한 경비를 폈는데 무장군인들이 풀려난 인질들에게 총을 겨누고 한사람 한사람 신분을 확인한 뒤 차에 태우는 모습.
석방된 인질중 한 사람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밖에 나오면 대단한 환영을 받을 줄 알았는데 게릴라한테 풀려나기보다 정부군에 받아들여지기가 더 어려웠다고 비아냥.
○…인질범들이 페루정부와 관련 없는 모든 인사를 풀어줄 것이라는 소식에 재일교포 李明浩(이명호)씨도 나올 것으로 기대, 李元永(이원영)대사 등 전직원이 비상대기하고 현장에 직원과 차량을 보내는 등 부산을 떨던 대사관측은 이씨가 이날밤 나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자 허탈한 모습.
사건발생 이후 줄곧 철야근무를 해온 현지대사관측은 하룻밤을 더 야근하게 됐다며 씁쓸한 표정들.
○…그동안 이대사 구출을 돕기 위해 페루에 파견돼 이 나라 각계인사를 만나고 대사관의 업무를 임시로 지휘했던 曺基成(조기성)아르헨티나 대사는 이대사가 풀려남에 따라 23일 임지로 복귀하려 했으나 이대사가 아직 정신적으로 안정상태에 있지 않은데다 상황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현지에 더 남아 있으라는 외무부의 지시에 따라 귀임을 연기.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가장 활동적인 외교관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대사는 23일의 시상식에 불참.
○…22일 밤 대량으로 풀려난 인질들을 수송하기 위해 현장에 보내진 버스들 가운데는 한국산버스들이 끼여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이 나라에서 사용중인 시내버스중 상당수는 대우가 수출한 차량들.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버스 중에는 서울에서 시내버스로 사용되던 중고차도 많아 간혹 삼송리 구파발 등 한글행선지 표시가 그대로 쓰인 채 운행.
○…인질범들 또한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있는 「과테말라식」사면을 원하고 있다고 인질들은 전언.
인질석방과 인질범들의 안전한 정치적 망명 및 사면을 의미하는 과테말라식 사면은 과거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및 베네수엘라에서도 여러 차례 사용됐던 전례가 있다는 것.
○…좌익게릴라들이 일본기업들에 인질들의 몸값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런던에서 발행되는 인디펜던스지가 보도.
이 신문은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 게릴라들이 일본의 미쓰비시와 NEC 및 도요타를 상대로 수십억달러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현재 인질석방을 위한 공식협상과 함께 몸값지불을 위한 협상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 이 신문은 게릴라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협상에서 몸값을 지칭하는 이른바 「전쟁세」를 스위스 등 제삼국 은행에 현금으로 입금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언.
리마주재 영국대사관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해 『그같은 협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회피했으나 이번 추가 석방 후에도 일본기업인을 집중적으로 억류한 사실로 볼 때 사실인 것 같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
○…게릴라들은 관저 곳곳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탱크 공격용 소형포 등으로 무장한 외에도 줄만 잡아 당기면 즉각 터지도록 된 자폭 장치를 온몸에 감고 있는 것으로 22일 풀려난 인질이 증언.
게릴라들에게 억류됐다 풀려난 알레얀드로 톨레도는 『이들은 완전 무장돼 있다』면서 『따라서 구출 작전을 감행하는 것은 모든 인질들을 몰살시키는 미친 짓』이라고 강조.
〈리마〓李圭敏특파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일본 총리는 페루 일본 대사관저 인질사건과 관련해 페루에 급파된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상을 귀국시키고 사토 순이치(佐藤俊一)외무성 중남미국장을 현지 대책본부장으로 24일 파견키로 했다.
일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인질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이 전달됐고 △사건 해결의 제1차 책임이 페루 정부에 있다는 일 정부의 원칙이 불투명해질 우려가 있으며 △무장 게릴라들이 일본을 상대로 직접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東京〓尹相參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