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반군 인질석방 속셈]『협상희망』국제여론 호소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9시 51분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 게릴라들이 20일 일부 인질을 석방한 것은 강경책으로 나오고 있는 페루정부와의 협상에서 극적으로 국면을 전환키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게릴라들이 스스로 협상시한을 21일로 못박은 상태에서 페루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국내여론까지 「협상불가」쪽으로 방향을 잡자 국제여론에 호소하고자 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페루정부에 계속 협상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속셈이다. 게릴라들이 석방인질중 李元永(이원영)대사 등을 협상중재자로 선정한 것도 협상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현실적으로 2백명이 넘는 인질을 감시해야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일부 인질을 석방함으로써 부담도 덜고 이들이 남은 인질들의 상태와 MRTA의 강력한 의지를 외부에 전달토록 한다는 전략이다. 페루정부는 20일 복역중인 동료들과 인질을 교환해 석방하자는 게릴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기로 결정, 강경입장을 나타냈다. 페루의 국내여론도 인질사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다. 페루 가톨릭교회는 대주교 성명을 통해 정부가 MRTA와 협상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밝혔다. 후지모리 정권 이전의 집권당이던 프라다당도 인질사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고 하비에르 페레스 전유엔사무총장도 협상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반해 국제여론은 게릴라와의 협상을 거부하면서도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국무장관은 테러주의자들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게릴라들과 접촉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일본이 페루정부의 강경입장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게릴라들이 매달릴 곳은 국제여론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석방된 외교관 등을 통해 발표된 인질명의의 성명은 「교섭을 통한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세계 각국이 평화적 해결을 위해 도와줄 것을 촉구했다. 이것이 바로 게릴라들의 속셈을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게릴라들은 또한 직접 성명에서 페루정부의 강경책을 비난하고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세계여론에 직접 이번 사건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예라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金眞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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