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鄭東祐특파원」 내년 7월 주권반환을 앞둔 홍콩에서 요즘 초대 행정장관 선거운동이 막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현재의 영국총독 직위를 이어받아 앞으로 자치적으로 운영될 홍콩특별행정구를 다스릴 초대 행정장관은 오는 11일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하게 된다.
현재 초대 행정장관 선거에는 세후보가 최종적으로 뛰고 있으나 사실상 두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세계적인 해운재벌 董建華(동건화·59·전동방해외그룹회장)와 전직 홍콩수석대법관 楊鐵樑(양철량·67)이 이들이다. 지난달 15일에 있었던 후보자 확정을 위한 선출위원회 투표에서 동후보가 2백6표, 양후보가 82표를 얻은 외에 또다른 해운재벌 吳光正(오광정·50·전구룡창그룹회장)후보가 54표를 얻어 후보자 자격획득을 위한 법적 하한선인 50표를 넘겼으나 오후보는 막판에 양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중국당국은 이들중 누가 당선돼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나 내심 동후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동후보가 경력과 인간관계 대외관계 그리고 북경과의 관계 등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후보는 경제인답게 홍콩의 지속적인 경제번영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는 그자체로서 목적이 아니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이며 홍콩에서는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보다 경제안정과 민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이 정책은 중국측이 평소 장래 홍콩에대해 되풀이해 강조해온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에 반해 홍콩 사법부에서 평생을 봉직해온 양후보는 「법대로」를 강조하고 있다. 그 역시 정책발표에서 민생과 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홍콩을 통치하는데 있어 기본법이 정하는대로 할 것임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이 말은 집회 시위 언론의 자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있어 북경정부에 굽힘없이 기본법이 정하는대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때문에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지지와 상관없이 홍콩의 수장선출제도가 간접선거이며 선거인단격인 선출위가 이미 친중국 인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선출위 자격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한 동후보가 사실상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그러나 양후보도 일반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막판에 오후보와 연합해 뒤집기를 시도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력후보 2인
▼ 동건화 후보
홍콩 해운왕의 맏아들로 영국 리버풀대에서 수학했으며 미국에 건너가 제너럴전기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하는 등 진작부터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을 익혔다. 그는 지난 82년 부친의 사망과 함께 가업인 동방해운의 운영을 맡아 몇차례의 고비를 넘기면서 오늘날 전세계 40개국에 지사를 가진 국제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지난 85년 세계 해운업계의 불항으로 그의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렸을때 북경당국이 한화 1천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빌려주어 위기를 넘겼던 사실을 최근 실토, 북경과의 깊은 신뢰관계를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홍콩정청의 행정국 의원, 홍콩―미국경제합작회위원회 주석, 홍콩―영국우호협회 회원, 중국의 정협 대의원, 홍콩특구주비위부주임 등을 역임해 중국과 서방 양측으로부터 검증이 끝난 인물이다. 국제감각에도 불구하고 그자신은 중국적인 정서를 간직하고 있으며 매우 검소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양철량 후보
상해 동오대와 영국 런던대 법학부를 나와 홍콩에서 법관으로 줄곧 봉직했으며 지난 88년부터 최근까지 홍콩 사법부의 수장인 수석대법관을 지냈다. 그는 전형적인 법조인으로 양심과 신념에 충실하며 결코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에 수석대법관을 자진 사퇴하고 초대 행정장관 선거에 나선 것도 새로운 영예를 탐내서가 아니라 홍콩이 자신에게 주었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임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낙선하더라도 다음에 또다른 기회가 오면 기꺼이 홍콩을 위해 봉사할 것임을 미리 밝히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 공처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부인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마음으로 늘 부인의 말을 경청하다보니 그같은 별명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95세인 노모에게는 걱정할까봐 출마사실을 숨겼다고. 취미는 독서 음악감상 우표와 골동품 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