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집권2기-1]향후 정책 어떻게 바뀔까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43분


<미국은 5일 빌 클린턴 대통령을 재선시킴으로써 21세기로 건너가기 위한 젊은 다리를 놓았다. 미국의 「21세기 선택」인 그의 재선은 미국은 물론 세계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집권 2기의 과제와 방향을 시리즈로 엮는다.〉 클린턴대통령의 향후 4년의 국내외정책을 예상하면서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는 점화정책이란 표현을 썼다.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듯 구체적인 문제를 찍어내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패턴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었다. 이름하여 「점화 대통령」. 이 신조어에는 92년 첫 집권 때 의료개혁과 같은 매크로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실패한 클린턴의 쓰라린 경험이 담겨있는 것 처럼 보인다. 클린턴은 이번 대선의 슬로건으로 기회와 책임, 공동체, 그리고 세계의 지도국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내걸었다. 국민 모두에게 「미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되 개인의 삶은 정부가 아닌 자신이 책임지는 그런 공동체를 건설해 나가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리더십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런 다짐은 이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라는 뾰족한 붓을 통해 구체화되고 정책화될 것으로 보인다. ▼ 국 제 정 책 ▼ 집권 1기처럼 그의 대외정책은 「지역분쟁의 관리」에 역점이 두어질 전망이다. 양극적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국지적인 분쟁과 갈등은 오히려 빈번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지역분쟁을 효과적으로 다룰 관리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한반도와 중동문제가 그 단적인 예다. 한반도문제는 제네바 기본합의의 충실한 이행이 계속해서 정책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쉽게 남북관계 개선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점. 북―미관계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간에 균형을 유지하면서 북한을 개방된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것이 집권 2기 한반도정책의 최대 과제다. ▼ 통 상 정 책 ▼ 슈퍼301조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통상압력은 집권 2기에도 클린턴정권의 변함 없는 재정적자 감소책으로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연간 4백50억달러에 달하는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반해 대중국 무역적자는 일본을 앞지르고 있어 이를 잡는 것이 통상정책의 최대 과제다. 클린턴은 이를 위해 중국시장의 개방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보다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WTO가입을 최대한 협상조건으로 이용하리란 분석들이다. 이 과정에서 美中간 무역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스려 나가는 것이 역시 숙제다. 대한(對韓)통상정책은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함께 한국측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통신 등의 현안에 대한 계속적인 압박이 예상된다. ▼ 국 내 정 책 ▼ 경제가 좋아 당선됐으니 만큼 「안정 속의 지속적인 성장 유지」라는 경제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으리란 예상이다. 대신 이른바 「사회정책」들에 대한 보완과 손질이 당면 과제다. 대선과정에서 일부 아시아 기업인들의 불법헌금이 문제가 됐으므로 정치자금법 개정은 우선 선거 직후부터라도 손을 대야 할 현안이다. 이밖에 세제개혁은 공화당의 단일세율화 주장과 15% 감세가 일부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점도 부인할 수 없어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은 다만 일괄적인 세율인하보다는 이른바 구체적인 항목의 세금에 대한 선별적인 감세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이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서명했던 사회복지 개혁안의 보완조치도 과제다. 클린턴은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못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대대적인 직업훈련과 고용을 보완책으로 생각중이다. 공화당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문제다. 〈워싱턴〓李載昊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