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대국 자이르,르완다에 고전…대통령 부패-무능 결과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32분


「權宰賢기자」 「아프리카의 비틀거리는 거인」 자이르가 「겁없는 꼬마」 르완다의 주먹질에 휘청거리고 있다. 자이르는 최근 투치족계열의 바냐물렌게 반군과 정규군 2만8천명의 소국 르완다에 쩔쩔매면서 남북 키부주의 주도인 부카부와 고마를 함락당했다. 자이르가 후원자로 자처한 후투족난민 1백20만명에 대해서 보호하기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자국민의 생사조차 돌볼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 르완다의 1백배 가까운 영토에 5배가 넘는 인구(3천7백만명)를 지닌 자이르가 이처럼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은 지상 최악의 정규군으로 꼽히는 자이르군과 30년간 자이르를 통치해온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66)의 부패와 무능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지적이다. 지난 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자이르는 독립 초기부터 넓은 영토에 살고 있는 2백50여 종족간의 갈등으로 분열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66년 집권한 모부투가 공산화된 앙골라의 우익반군에게 배후기지를 제공하는 등 친서방노선을 채택하면서 국내안정을 담보로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불안한 통합을 이어갔다. 그동안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모부투는 그러나 냉전종식과 함께 독재와 부패로 서방의 제거대상이 됐다. 그러나 94년 터진 르완다사태가 모부투를 다시 구해줬다. 자이르가 후투족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원조기지가 됐기때문이다. 전립선 암치료를 위해 3개월째 스위스에서 머무르고 있는 모부투는 본국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돌아올 생각을 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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