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한 채로 독일 베를린에서 골동품 박물관을 운영하는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나치 시대와 동독 사회주의 체제라는 20세기 혹독한 독재 체제를 모두 견뎌낸 인물이다. 미국에 살던 극작가 더그 라이트는 샤로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를 인터뷰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샤로테의 뜻밖의 이력과 마주하게 되는데….
독일의 실존 인물인 로타르 베르펠데의 삶을 바탕으로 한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가 24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개막했다. 이 작품은 미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과 토니상 최고 연극상을 받았으며, 2013년 두산인문극장에서 국내 초연된 바 있다.
작품은 극작가 더그가 샤로테의 생애를 희곡으로 쓰는 과정을 담는다. 샤로테는 1890년대 생산된 축음기, 시계, 가구를 수집하다가 성소수자들의 카바레 ‘뮬락리쩨’를 인수해 자기 집에 통째로 옮겨 놓는다. 더그는 ‘살아남은’ 샤로테를 우상으로 바라보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그가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정보원이었으며, 심지어 동업자를 밀고한 배신자이기도 했음을 알게 된다.
1인극 ‘나는 나의 아내다’의 배우 백석광. 두산아트센터 제공사람 내면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1인 35역의 모노드라마로 펼쳐진다. 한 명의 배우가 샤로테를 비롯해 더그와 친구 존, 가족과 주변 인물까지 연기한다. 한순간에 강자와 약자, 남성과 여성, 미국인과 독일인 등 여러 가지 정체성을 오가는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으로 2014년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았던 배우 지현준이 다시 무대에 오르며, 백석광도 더블 캐스트로 출연한다. 강량원 연출은 “순수하지만 교활하며 진실하지만 능숙하게 속일 줄 아는 존재의 모순과 복합성 속에 샤로테가 있다”고 했다. 다음 달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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