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백악관 기자 2명, 막전막후 ‘정권교체’ 출간
트럼프 정부 관세 자료에 “빌어먹을 엉터리” 격노
“구글링해서 진짜 수치 찾아내” 다그치기도
머스크-베선트, 정부개혁 놓고 욕설 몸싸움
보고 받은 트럼프 “누가 이겼냐” 한마디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근교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왕실 시종관인 후드 자작의 안내를 받으며 의장대 사이를 걷고 있다. 2025.09.17 [런던=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에서 백악관을 담당하는 두 명의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 첫해의 막전막후를 취재해 펴낸 책 ‘정권교체(Regime Change): 도널드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직 내부’가 미국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발간된 496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트럼프 행정부 및 캠프 관계자 등 1000여 명을 인터뷰해 그의 집권 1년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 혼란을 일으킨 관세정책과 이란전 추진 상황부터 대통령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백악관 내부의 내밀한 내용을 여럿 담고 있다. 저자인 매기 하버만과 조나단 스완 기자는 최근 출연한 방송에서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대 여섯 명의 극소수 뿐”이라며 “(난데없이 일어난) 이란과의 전쟁이 그 예”라고 말했다.
● 실세 장관도 못 말린 ‘무소불위’ 트럼프
[AP/뉴시스]이 책은 트럼프 집권 1기와 집권 2기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백악관 내 견제 세력의 상실을 주목했다. 집권 1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이를 말리거나 반대하는 관료들이 다수 있었지만 2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을 대혼란에 빠뜨린 관세 정책도 그 중 하나였다. 책에 따르면 관세 발표 직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나한테 빌어먹을 엉터리 수치(bullshit numbers)만 줄 뿐 진짜 수치(real numbers)를 준 적이 없다”며 격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미무역대표부(USTR) 통계에 기반해 보고한 주요국의 대미 관세 수치를 부정하며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들이 미국에 이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좌진에게 “‘구글링’을 해서 진짜 수치를 찾아내라”고 다그쳤지만 없는 수치를 찾아낼 순 없었다.
이 과정에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가 미국의 기업과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며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을 향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이들은 대통령 앞에서 아무 말도 없이 침묵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관세를 지지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고문과 격렬한 언쟁을 벌인 정황도 묘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러트닉 상무장관을 “젊어서는 승부사(killer)더니 이젠 나약한(soft) 겁쟁이(pussy)가 됐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은 “관세 발표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도 관세율은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의 머릿 속 공식대로 정하고 싶어 했다”며 “이에 베선트 재무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은 각국에 전화를 걸어 ‘보복하지 말고 나중에 협상을 통해 낮추라’고 모호한 설득을 했는데 왜냐면 그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행정부 고위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을 북한의 포로고문 방식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감옥에서는 첫해엔 포로의 눈을 가리고 무릎을 꿇리지만 2년 차엔 일으켜 세워 안대를 벗겨준다”며 “그럼 포로는 그와 사랑에 빠지고 길들여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성은 세계 역사상 최대 석유 파동을 낳은 이란전 결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책은 꼬집었다. 저자는 “원유 위기를 관리할 두 핵심 관료인 베센트 재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이란전 회의에서 배제돼 전쟁 시작 하루 전까지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며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적었다. 또 “민감한 회의에는 익숙한 측근만 참여했고, 회의에서 배제되면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며 “이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역대 어느 국무장관보다 해외순방을 줄이고 거의 모든 시간을 백악관에 붙어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멜라니아와는 각방…‘집돌이 올빼미’
러트닉 상무장관 [AP/뉴시스]책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일화도 전했다. 그는 빅테크 창업자들이 자신에게 아부하는 것을 즐겼는데, 이 과정에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그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대해 “그 신문은 내가 한 투자 중 최악의 투자였다”며 “그곳 사람들은 형편없고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내 다른 회사들은 모두 내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개혁과정에서 이를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베선트 재무장관이 서로에게 ‘엿먹어(Fuck you)’란 욕을 하며 몸싸움을 벌인 일화도 공개됐다. 후에 이 상황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은 “누가 이겼냐”였다고 한다.
한편,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사생활도 폭로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에서 각방을 쓰며, 안방은 멜라니아 영부인이, 거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쓴다. TV광인 그는 침실에 두 대, 욕실에 한 대의 TV를 두고 있다. 그는 인테리어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어 본인이 직접 강력 접착제를 들고 금박 장식을 붙일 정도다. 1970년대 유행했지만 현재는 비위생적이란 평가를 받는 욕실에 카펫을 까는 취향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야식을 즐겨먹는데 백악관 바닥에는 빈 감자칩 봉지나 스타버스트 캔디 포장지, 아이스크림 통 등이 굴러 다닌다. 쓰레기통에 백악관 은식기까지 통째로 버린 적도 있어 직원들이 쓰레기도 감시한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건강 상태도 담겼다. 책에 따르면 그는 최근 청력 저하로 방금 질문한 내용을 반복해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늘었다. 수면 패턴도 뒤틀려 집권 1기 때보다 더 이상한 시간에 자고 훨씬 더 적게 잔다.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가끔 밤새 전화를 하거나 TV를 보다가 새벽 4, 5시에나 잠든다”며 “오전 10시에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보면 관저에서 여전히 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집돌이(homebody)지만 집권 2기 들어서는 더욱 백악관과 마러라고 자택만 오가고 있다.
한편, 백악관은 책에 담긴 대화가 실제 백악관 회의 내용과 너무 비슷하다는 점에서 저자들이 상황실 회의 녹음본 파일을 입수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본래 백악관 회의는 녹음이 불가하다. 악시오스는 “녹음본 유출은 지구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 중 하나에 대한 충격적인 침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격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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