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0% 떨어졌는데…기름값 여전히 2000원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1일 17시 46분


국제유가, 국내 주유소 가격 반영까지 2, 3주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 등 불안 지속
물류 운임, 종전 합의전보다 오히려 올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뉴스1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뉴스1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최근 한 달간 30% 넘게 급락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여전히 2000원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 3주 시차가 있는 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물류 운임도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등 이란 전쟁의 ‘종전 효과’가 한국경제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모양새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싱가포르 현물) 가격은 지난달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이달 19일 73.61달러로 한 달 새 30.9% 떨어졌다.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71.24달러)에 가까워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달 19일 L당 2011.31원에서 이달 19일 2008.76원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전쟁 전인 2월 27일 L당 1692.58원과 비교하면 300원 넘게 높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정유사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1주일,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데 추가로 1, 2주가 걸린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데는 정부의 최고가격제 영향도 크다. 국제유가 급등기에 이를 정책으로 통제해 국내 가격이 덜 올랐던 만큼, 국제유가가 급락해도 그 하락분이 국내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통행료 부과 여부도 기름값 정상화를 늦추는 요소다. 이란군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빌미로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석유 시장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 몇 주가 더 지나야 분명해질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그 영향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담은 기름값에만 그치지 않는다. 물류 운임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7일 기준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유조선(VLCC) 운임지수(WS)는 439.1로 종전 합의 전인 10일(402.2)보다 오히려 9.2% 높았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224.7)의 두 배 수준이다.

컨테이너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18일 기준 3121.69로 일주일 전보다 4.6% 올라 1년 10개월 만에 3000을 넘어섰다. 중동 전쟁 직전인 2월 27일에는 1333.11이었다.

이처럼 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중동 전쟁 관련 중소기업 민원이 946건 접수돼 한 주 전보다 28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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