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 고물가가 맞물리는 이른바 ‘3고 쇼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쟁이 1년간 이어지면 한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금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1년간 지속되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2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 1.8%에서 2.0%로 올려잡은 바 있다. 같은 달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란 변수가 터지면서 이 전망치를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H금융연구소는 ‘1년 전쟁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률은 2~4%포인트 오르는 대신 소비와 투자는 각각 0.3~0.6%포인트, 0.6~0.7%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유가, 물류 차질 장기화로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원화는 여타 주요 통화 대비 큰 폭의 약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최지환·황석규 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정책의 중심이 단기 대응에서 중장기 산업 구조 변화로 전환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 부담이 누적돼 한은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펼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심해지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기준금리의 인하 가능성도 옅어지는 분위기다. 17일 한은 뉴욕사무소의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10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횟수가 2.4회에서 0.9회로 축소됐다.
전쟁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다시 추산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1일 올해 연평균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로 급등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4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금년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일 경우 올해 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급등으로 생산비, 수입물가 상승 압박이 커져 정부가 올해 목표 성장률(2%)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의 경기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경기 불황, 고환율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에서 경기를 활성화하고 부양하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