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주요 해운사 중동行 화물예약 중단
할증료 받다 ‘안전문제’ 아예 발빼
해상 운송만 가능 車업계 등 긴장
항공 운송 90% 반도체 업계도 촉각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훈련 모습. 이란 혁명수비대 ‘세파뉴스’ 캡처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급은 물론이고 중동 수출을 위한 글로벌 해상·항공 물류망도 흔들리고 있다. 인근의 오만 등을 경유하는 우회 경로를 찾더라도 전쟁 영향권이 넓어지면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게 무역업계 전망이다. 중동을 ‘글로벌 사우스’의 주요 축으로 삼아온 국내 수출 기업들이 한동안 납기 지연 리스크와 물류비용 상승에 시달리는 등 물류 대란의 유탄을 피해 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우회 루트 이용 시 해상 운임 80% 뛸 듯
이번 전쟁으로 주요 해운사·선사들은 운임 인상에 나서거나, 아예 중동지역 화물 예약을 중단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간)부터 세계 3위 선사 프랑스 CMA CGM은 중동행 화물에 컨테이너당 최소 2000달러(약 293만 원)에서 최대 4000달러(약 587만 원)의 ‘긴급 분쟁 할증료’를 부과했었다. 6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반 중동행 운임은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2287달러로, 운임의 1∼2배를 더 내야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5일 전면 예약 중단에 나섰다. 세계 1위 해운사 MSC와 2위 머스크가 안전 문제로 중동으로 향하는 화물 예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CMA CGM도 중동행을 포기한 셈이다.
대체 항로를 통하는 것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 외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도착한 화물을 다시 되돌려 보내는 ‘십백(Ship Back)’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중동행 자동차운반선(PCTC) 1척은 최근 페르시아만에 차량 하역은 잘 마쳤지만 정작 빠져나오지 못하고 발이 묶인 상태다.
제품 크기가 커 해상 운송만 가능한 가전, 자동차 등 업계는 특히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는 실제 과거에도 중동발(發) 물류비 상승으로 실적 타격을 입은 전력이 있다. 2023년 말 터진 후티 반군 사태로 수개월간 글로벌 주요 항로인 홍해가 봉쇄됐고 당시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그 결과 2024년 삼성전자의 물류비는 2조96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뛰었고 LG전자도 물류비가 17% 늘어난 3조1110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문제는 해상 물류뿐이 아니다. 공중전에 항공 물류량도 급감하고 있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감해 물류의 90% 이상을 항공으로 운송하는 반도체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우회 루트 찾아도 가동은 불분명
비용이 커지더라도 납기를 지키기 위해 일단 국내 기업들은 ‘우회 루트’를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변압기, 고압차단기를 수출하는 HD현대일렉트릭 측은 “납품에 차질이 없도록 사태 발발 지역을 우회하는 방안을 현지에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현지 발전소 건설을 따내 터빈 부품을 수출해야 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우디, 오만의 항구에 임시 하역을 한 뒤 육상 운송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 계약에 따라 공사 기간 연장 요청, 추가 비용 청구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2024년 이란-이스라엘 갈등 상황 당시 이미 오만 등의 항구를 통하는 예비 로드맵을 꾸려 놨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우회로를 모색하고 고객과의 납기 연장 협상에 나서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협은 “중소기업 전용 선복(운송 용량)을 확보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유를 주재료로 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는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빚자 처음으로 제품 생산이 어렵다며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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