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논란 실무 장교 의회 보고…미군, 마약 선박 공격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5일 14시 50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11월 10일(현지시간) 동태평양에서 마약을 운반하던 선박을 공격해 탑승객 6명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출처=엑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11월 10일(현지시간) 동태평양에서 마약을 운반하던 선박을 공격해 탑승객 6명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출처=엑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 9월2일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격침시킨 뒤 생존자에 대한 ‘2차공격’을 가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당시 작전을 지휘했던 프랭크 브래들리 대장이 4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출석했다.

이날 진행된 비공개 보고에서 브래들리 대장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당시 ‘전원 사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공격 영상이 상원과 하원 정보위원회와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되며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은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옹호하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 실무 장교 “지시 없었다” 여야 의원은 격돌


브래들리 대장은 이날 댄 케인 미 합참의장과 함께 의회에 출석했다. 그는 상·하원 군사위원회 및 정보위원회의 여야 양당 지도부에게 해군의 해당 선박 공격 당시 상황을 영상과 함께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작전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전원 사살’을 지시해 미 해군이 파괴된 배 잔해에 매달려 있던 2명의 생존자에 대한 추가 공격을 진행해 사살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해당 조치가 ‘전쟁 범죄’란 지적이 제기됐다.

AP통신은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의 발언을 인용해 “브래들리 대장은 ‘(헤그세스 장관이) 자신에게 그런(2차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그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브래들리 대장의 보고를 받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소속 정당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CNN에 따르면 코튼 의원은 “9월 2일 발생한 1, 2, 3, 4차 공격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필요했으며 우리 군 지휘관이 취해야 할 조처였다”며 “나는 (영상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마약이 실린 선박을 뒤집어 전투를 계속하려는 생존자 2명을 봤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릭 크로포드 하원의원(아칸소)도 “이번 공격이 매우 전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짐 하임스 하원의원(코네티컷)은 “(영상 속에서) 분명히 곤경에 빠진 두 사람이 어떠한 이동 수단 없이 파괴된 선박에서 미국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에서 본 건 내가 공직 생활을 하면서 본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라며 “두 생존자는 배가 파괴된 후 명백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워싱턴)은 성명을 통해 “이 작전의 법적 근거에 무엇이든 우리는 이 작전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분명히 밝혔고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민주당슈리 타네다르 하원의원(미시간)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무능하고,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물러나야 한다”며 국방장관 탄핵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단 이번 전쟁범죄 논란 뿐 아니라 최근 감사가 마무리된 지난 3월 헤그세스 장관의 ‘시그널 채팅 사건’에 대해서도 탄핵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미군, 마약 선박 공격 재개


이날 미군은 전쟁 범죄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중남미 선박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했다. 이날 미군 남부사령부는 X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제 해역에서 지정 테러 조직이 운용하던 선박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정보 분석 결과 해당 선박은 불법 마약을 실은 채 동태평양의 주요 밀매 항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다”며 “선박에 타고 있던 남성 마약 테러리스트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날 사령부는 고속으로 항해 중이던 선박이 공격받아 폭발하며 화염에 휩싸이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 기조에서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전범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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