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상대로 최고 18.9% 이자 장사
원금 상환 임의 규정도 일반적 형식 넘어서
기간내 못 갚으면 연체 간주해 불이익 부과
쿠팡 3370만명 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외부 해킹 등의 피해가 아닌 허술한 내부관리체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정부가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개인정보 유출사고 인지 후 쿠팡 주요 임원 두 명이 주식을 매도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매도 시점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전인 지난해 12월, 올해 10월로 이번 사고와는 관계없이 사전 계획된 매도라는 것이 쿠팡의 입장이다.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5.12.03. 서울=뉴시스
쿠팡이 자사 입점 업체에 ‘최고 연 18.9%’ 고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하면서 “3개월 안에 원금의 10%를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서는 원금의 10% 상환 의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쿠팡이 당초 내세운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이라는 취지에 맞지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쿠팡이 실제는 담보대출인데 신용대출로 홍보한 것이 아닌지 조사할 방침이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파이낸셜을 통해 받은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 상품설명서 등에 따르면 쿠팡은 차주에게 ‘3개월마다 대출 원금 총액의 10%와 해당 3개월 동안 발생했던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가 이를 따르지 못하면 대출이 연체돼 신용점수 하락, 금융거래 제한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쿠팡 측은 “금융회사 건전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3개월마다 대출 원금 10%와 해당 기간의 이자를 상환하도록 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원리금 분할·원금 균등·만기일시 상환 방식은 일반적이지만 이 대출처럼 ‘임의 상환’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상품 42개 중 임의 상환 상품은 단 2개다. 쿠팡 대출 상품과 유사한 네이버 쇼핑(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도 만기일시 상환이나 원리금 균등 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원금 10% 상환 의무는 사인 간 특약으로 넣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상품의 성격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입점 업체들의 매출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담보대출의 성격을 띤 상품이라고 지적하지만, 쿠팡은 신용대출(개인사업자대출)로 공시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차주가 돈을 못 갚을 것에 대비해 쿠팡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 미리 매출을 떼가는 것”이라며 사실상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상품을 선정산 대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과 유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쿠팡이 이 상품을 신용대출로 홍보하는 것이 적법한지 조사할 예정이다.
쿠팡이 입점 업체에 정산금을 지급하는 날 매출의 최대 20%를 원리금 상환 명목으로 자동 납부 형식으로 떼가는 방식도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위험을 고려해 차주에 자금 부담을 키운다는 얘기다.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은 7월 선보인 상품으로, 연 이자율 8.9~18.9%, 이용 한도 최대 5000만 원, 최장 만기 30개월로 구성됐다. 10월 말 기준 평균 금리는 13.95%다.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네이버) 대출(연 8.7~12.5%)의 10월 말 평균 금리(11.77%)보다도 2%포인트 높다.
다만, 쿠팡은 해당 상품 전체 이용자 89.4%가 중저신용자에 해당하고, 전체 이용자 31.4%가 월평균 매출 500만 원 이하, 전체 이용자 중 31%가 쿠팡 입점 기간 2년 미만인 초기 판매자인 점 등을 고려한 금리라고 설명했다.
정작 쿠팡은 입점 업체에 대금 정산 기한을 어기고 지연이자는 안 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입점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진 않으면서 빌려준 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쉽게 불이익을 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낳은 대형 플랫폼이 그 생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에게까지 고금리 이자 장사를 벌이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완전히 외면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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