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속 구겨진 뷰티 인플루언서…전 남친이 국경 넘어 버렸다

  • 뉴스1
  • 입력 2025년 12월 2일 09시 30분


오스트리아서 활동 30대 유명 연예인 슈테파니 파이퍼 사망한 채 발견
이별한 전 애인 범행 실토…가족 두 명 추가 체포, 범행 개입 정황 확인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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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방 속에서 차갑게 굳은 채 발견된 젊은 여성의 죽음 뒤에는 전 남자 친구와 그의 가족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더선에 따르면 1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던 30대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단순 실종으로 분류됐던 그녀의 행적은 그녀가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와 이동 기록, 귀가 직후 남긴 짧은 말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경찰은 동갑내기 전 남자 친구 패트릭 M(31)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현지 경찰은 체포 직후 그가 범행을 인정했고,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국경을 넘어 슬로베니아 숲에 버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녀가 사라진 건 지난달 23일 밤이었다. 친한 친구들과 이른 크리스마스 모임을 마친 뒤 집 앞에서 친구와 함께 탄 택시에서 내린 장면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오스트리아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의 생전 모습. 출처=더선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오스트리아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의 생전 모습. 출처=더선

“계단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검은 형체가 보인다. 별거 아니겠지”
그녀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몇 건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인은 즉시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전화는 꺼져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역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당시 상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

스테파니는 다음 날 예정돼 있던 사진 화보 촬영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촬영을 맡았던 사진작가는 직접 집으로 찾아갔지만, 문이 열리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관들이 현장 도착했을 때 집안에는 그녀의 반려견만 홀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은 주변을 수색했고, 그녀가 실종 직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휴대전화가 집 근처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스테파니가 실종된 직후 경찰은 먼저 그녀의 자택 주변 CCTV부터 확인했다. 여기서 실종 전후 시간대에 전 남자 친구 패트릭 M이 집 주변에 나타난 장면이 확보됐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그의 이동 기록을 추가로 조회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패트릭 M의 차량이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슬로베니아 국경 방향으로 수 차례 이동한 흔적이 이어서 확인됐다. 단순 이동이 아니었다. 피해자가 실종된 직후 바로 집 주변에 모습을 드러낸 뒤 곧바로 국경 인근까지 이동한 점이 수사의 초점이었다. 이는 그가 유력 용의선상에 오른 핵심 단서가 됐다.

이후 차량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슬로베니아 마이슈페르크 지역 숲에서 스테파니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의 동선과 유기 장소가 정확히 이어지면서 패트릭 M은 살인 용의자로 특정됐다.

슬로베니아 경찰은 24일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 카지노 주차장에서 패트릭을 체포했다. 당시 그는 오스트리아 번호판의 차 안에 있었고, 체포 과정에서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후 그가 수차례 국경을 넘나들었던 차량은 범행 직후 국경을 넘나들었고, 며칠 뒤 불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차량이 고의로 불태운 모습이 역력했다”며 “차량을 불태운 이유는 증거를 없애기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오스트리아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의 생전 모습. 출처=더선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오스트리아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의 생전 모습. 출처=더선

“강아지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듣고
원래 갖고 있던 열쇠로 집안에 들어갔을 뿐”

패트릭은 체포되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 상황은 그의 말과 맞지 않았다. 파이퍼가 마지막으로 남긴 남겼던 ‘검은 물체가 보인다’는 메시지와 패트릭이 스테파니의 집에 머문 시간대가 거의 일치했고, 당시 현장에 있던 이웃들은 사건 당일 밤 패트릭의 수상한 모습을 보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었다.

몇몇 목격자는 그가 물건처럼 보이는 “천 등으로 감싼 커다란 형태의 무언가를 힘겹게 끌고 나왔다”는 진술도 전해졌다. 당시 이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발견된 여행용 가방에 유기된 살해 방식과 겹치면서 중요한 단서가 됐다.

수사 당국은 체포된 패트릭을 오스트리아로 압송해 조사를 시작했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던 그는 결국 살해와 유기 사실을 인정했다.

오스트리아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패트릭은 스테파니가 귀가한 직후 집으로 들어갔으며, 둘 사이에 말다툼이 발생해 그 과정에서 목을 졸라 그녀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그는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고, 자신의 빨간색 폭스바겐 골프 차량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슬로베니아 마이슈페르크 지역의 한 깊은 숲 인근 비포장 구역에 시신을 버렸다. 이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차량을 불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경찰은 패트릭이 주장하고 있는 우발적 살인 여부에 대해 “사전에 계획된 정황이 뚜렷하다”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충격적 사실은 패트릭의 가족 두 명이 추가로 체포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들이 사건 이후 사체 유기를 위해 패트릭을 도운 정황을 확인하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건 개입 범위와 당시 행위에 대해선 아직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단독 범행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는 판단하에 수사 방향을 넓히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그동안 온라인에서 활발히 소통하던 파이퍼의 팬들과 현지 팔로워들은 충격에 빠졌다. SNS에는 최근까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녀의 밝은 일상의 모습과 행사 준비를 알리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오스트리아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의 생전 모습. 출처=인스타그램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오스트리아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파이퍼(31)의 생전 모습. 출처=인스타그램

“믿을 수 없다. 그녀는 워너비…내겐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가 극단적인 범행으로 희생된 사실이 알려지며 추모 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또한 현지 여성 단체는 “연인 사이의 폭력 문제가 또 한 번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대응 체계 강화를 촉구했다.

현재 검찰은 패트릭의 진술과 확보된 CCTV 영상, 차량 이동 기록, 통신 내역 등을 종합해 기소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시신 부검 결과와 범행 도구 여부, 유기 시점의 정확한 시간대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경찰은 “단독 범행인지, 추가 공범이 있었는지, 가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 모두 살펴보는 중”이라고 다시 한번 밝혔다.

오스트리아 검찰은 앞으로 패트릭을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길 예정이며, 범행 은폐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가족 구성원들 역시 혐의가 확인될 경우 별도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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