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층만 보는 정치… 與 김어준에 휘둘리고, 野 ‘尹어게인’에 끌려가

  • 동아일보

[계엄 1년, 끝나지 않은 그림자]
타협 없이 좌향좌-우향우 멀어져
지방선거룰 두고도 모두 ‘당심’ 강조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딴지일보가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여야 대표가 최근 내놓은 이 같은 발언은 12·3 비상계엄 이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더욱 극단화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에 따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나란히 선출된 여야 대표는 모두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앞장서 대변하고 있다. 온건·중도층 대신 강성 당원이 공천과 당권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와 공천 룰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대화와 타협 대신 갈등과 대결에 기운 극단의 정치가 제도화되면 민의의 왜곡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당대회 이후 ‘우향우’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반탄’(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며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장 대표는 당내 반대에도 윤 전 대통령의 면회를 강행한 데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황교안 전 총리, 전광훈 목사와의 연대를 시사하며 거리로 나섰다. 장 대표 취임 후 100일 남짓 동안 장 대표가 장외집회 연단에 오른 것만 15차례. 집회가 거듭될수록 ‘윤 어게인(again)’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장 대표의 발언도 이에 호응해 더 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매일같이 전국을 돌며 연단에 올라 ‘윤 어게인’ 세력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어떻게 비상계엄 사과나 과거와의 단절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강경 노선이 더 분명해졌다. 취임 직후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줄곧 국민의힘 지도부를 외면했던 정 대표가 장 대표와 처음 악수한 것은 취임 37일 후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였다. 정 대표는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친여 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 게시판과 문자 폭탄 등을 통해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합의안을 일방 파기하기도 했다.

강성 당원 표심을 더 많이 반영하는 ‘선거 룰’ 개정에 앞장서는 것도 이들의 공통 행보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은 내년 지방선거 경선의 당심 비율을 50%에서 70%로 올리는 안을 내놨다. 장 대표도 이를 옹호하면서 지방선거까지 강성 당원 중심으로 치를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예비후보가 많을 경우 권리당원 100%로 예비 경선을 치르고, 본선은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로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내년 8월 전당대회부터 ‘정청래 룰’로 불리는 ‘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추진하며 당심(黨心)이 당권을 좌우하는 구도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갈등 해소가 정치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인데, 지금은 공존보다는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존재를 부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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