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종이 갉아먹는 해충’ 급속 확산…“기록유산 보호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일 23시 08분


사진=SCMP
사진=SCMP
일본에서 종이를 갉아먹는 해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본의 문화재와 역사 기록, 두루마리 문서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고스트 실버피시(ghost silver fish)’라고 불리는 해충의 번식 속도가 매우 빨라 일본 문화재 보존시설 관계자와 큐레이터들에게 주의보가 내려졌다.

고스트 실버피시는 길이 약 1㎝ 크기로, 1910년 스리랑카에서 처음 확인됐다. 일본에서는 2022년 처음 발견됐으며, 문서·예술품·기록물이 담긴 화물이나 여행객 짐 등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19개현의 기관에서 이 해충의 흔적이 확인됐다.

종이를 먹는 해충 자체는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고스트 실버피시’는 번식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새로운 위협으로 분류된다. 한 전문가는 SCMP에 “일본에도 오래된 문서나 책을 파손하는 벌레는 있었지만, 이 종은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대응이 늦어지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문화재 연구소는 번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관 온도를 20℃ 이하로 낮출 것을 제안했으나, 다수의 컬렉션이 보존 특성상 20℃ 이상에서 유지되고 있어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전시실·수장고에 대한 ‘딥클리닝’을 통해 섬유질 유기물과 곤충 사체 등 먹이원이 되는 오염원을 제거하고, 여름·가을 등 번식기에는 ‘훈증 소독(fumigation)’을 실시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연구소는 최근 독성 미끼 샘플을 무료 배포하는 등 방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확산 속도라면 일본의 기록유산에 장기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방제 지침과 대응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문헌보존기관협회(AIJI) 츠지카와 아츠시 회장은 “보존시설·큐레이터·기록 관리자의 정보 공유 부족이 피해 확산을 키울 수 있다”며 관련 기관 간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고스트실버피시#해충#일본#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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