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를 위해 확인했던 문건 전부를 공개하기로 한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8.07.31 【서울=뉴시스】
과세당국이 세금을 잘못 걷었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징수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지를 먼저 다퉈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과세에 불복해 곧바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한국산업은행이 대한민국(국세청)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국세청은 산업은행이 개설한 일부 계좌가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로 뒤늦게 차명계좌로 확인됐다며 예치금의 이자소득에 대해 고율의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 계산한 미납 세금과 지방소득세를 추가로 내라고 고지했다.
산업은행은 일단 고지된 세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예치금이 비실명 자산이 아닌 ‘단순차명계좌’라며 행정소송 없이 세무 당국에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단순차명계좌란 실명 확인을 거쳐서 개설된 계좌다. 단순히 예금의 명의자와 실제 자금 출연자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원심은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관한 소득세의 경우 조세 채무의 성립과 확정이 이뤄졌다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판단했다. 잘못된 징수 처분에 따라 국가가 돈을 받아 갔으니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세가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세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과세관청이 정한 세액에 대한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징수 처분에 대한 전심절차와 행정소송을 제기해 구제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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