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정비구역 지정권 넘겨라”
서울시 “市로 일원화, 혼란 줄여야”
일각 “국토부가 직접 승인 필요”
업계선 “실질 지원책부터 마련을”
17일 서울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5.11.17. 뉴시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 여당과 서울시 모두 권한 확대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권(利權)과 직결되는 인허가권을 자기 몫으로 끌어오기 위한 다툼만 벌일 뿐 실질적인 현장 지원 방안은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시에 있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과 건축 심의 등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비구역 지정권자를 자치구청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위치와 용적률, 높이 등 개발 밑그림 격인 정비계획을 다루고 있다. 이후 평형, 채수 등 구체적인 주택건설계획이나 분양계획, 준공인가 등은 자치구가 담당한다.
정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 심의 때 50층 이상 주동을 서울시가 1, 2동으로 하라고 해서 조합이 2동으로 설계를 짰는데 올해 11월 서울시로부터 ‘한 동으로 조정하라’는 의견을 받았다”며 “심의를 다시 올리면 1, 2년이 가게 된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등 서울시 측에서는 자치구로 나뉜 인허가권을 서울시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치구마다 기준이 달라 혼란을 키운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시행 종합부서를 시에 신설해 정비사업 권한을 서울시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서울시는 성수4지구 사례 역시 자치구가 다른 재건축 사업과의 균형이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을 끼고 성수4지구 맞은편에 있는 압구정4구역(약 12만 ㎡)과 5구역(약 8만 ㎡)은 50층 이상 주동을 1개만 짓도록 심의를 끝낸 상태다. 서울시 측은 “압구정과 비교 시 1개동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검토하라는 의도였다”며 “성수4지구(약 9만 ㎡)가 면적이 비슷한 다른 구역과 달리 주동을 2개로 하면 다른 구역이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직접 인허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법을 개정해 일정 규모 이상 재개발·재건축 승인 권한을 국토부 장관으로 일원화하고 국토부 내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주택공급 특별대책지역’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허가권 다툼을 바라보는 민간 정비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실질적인 사업성 제고 등 지원책은 나오지 않고, ‘주도권 다툼’만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혁경 스페이스소울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재개발·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건 인허가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보다는 결국 ‘돈’ 문제”라며 “공공자금 지원이나 기부채납 과정에 산정되는 공사비를 시장 가격에 맞춰 현실화하는 등 ‘공사비 쇼크’로 멈춰 선 현장을 재가동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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