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게펜 레코즈가 합작한 6인조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스포티파이 청취자 수 1위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걸그룹”임을 입증한 가운데, 캣츠아이의 멤버 라라와 소피아가 “데뷔 후 1000건이 넘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출처=뉴시스)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신인상’ 후보로 지명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한 가운데, “데뷔 이후 수천 건의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고 털어놨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인종과 성 정체성을 향한 혐오, 그리고 여성 아티스트를 둘러싼 고질적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12일(현지 시각) BBC 인터뷰에 따르면, 멤버 라라는 온라인으로 1000건이 넘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며 “아무렇지 않다고 스스로 되뇌이지만,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해 협박을 하는 경험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데뷔 후 수천 건 살해 협박 받아”
왼쪽부터 캣츠아이의 멤버 라라와 소피아. (출처=인스타그램 @lararajj @sophia_laforteza)라라(Lara Rajagopalan)는 타밀계 인도 혈통을 지닌 미국 시민으로, 두 문화권을 넘나들며 자랐다. 그러나 글로벌 활동을 시작한 뒤부터는 ‘불법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는 허위 신고까지 받는 등 인종적 편견에 시달렸다.
이후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며 성 정체성과 인종을 둘러싼 비난은 더 거세졌다. 라라는 “부정적인 글을 보지 않으려 트위터(현 X)를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필리핀계 미국인 멤버 소피아 라포르테자(Sophia Laforteza) 역시 “우리가 공인이라 해도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가족까지 향한 공격은 상처로 남는다”고 말했다
● “여성 팝스타 향한 혐오는 ‘병적’이다”
왼쪽부터 캣츠아이(KATSEYE)의 멤버인 소피아 라포르테자(Sophia Laforteza), 메건 스킨디엘(Megan Skiendiel), 마농 바너만(Manon Bannerman), 윤채(Yoonchae), 다니엘라 아반지니(Daniela Avanzini), 그리고 라라 라즈(Lara Raj). (출처=AP/뉴시스)여성 팝스타를 향한 집착과 스토킹, 온라인 폭력은 음악계 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Good Luck, Babe!’로 빌보드 핫100 차트 4위에 오른 가수 채펠 로언(Chappell Roan)은 작년 말 SNS에서 “TV나 인터넷에 자주 나온다고 스토킹 같은 행동을 하는 건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일부 팬들을 비판한 바 있다. 파격적 콘셉트로 인기를 모은 도자 캣(Doja Cat) 또한 “(일부 팬들이) 소름 끼치는 행동을 한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라라는 “여성을 순위 매길 대상처럼 취급하는 문화는 병적”이라며 “얼굴, 춤, 노래에 점수를 매기며 경쟁시키는 건 디스토피아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가나·이탈리아 혼혈 멤버 마농 바너만(Manon Bannerman)도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한 문화”라고 덧붙였다.
● “다양성이야말로 우리의 힘”…글로벌 K팝 새 장 열다
캣츠아이가 캐주얼 브랜드 갭(GAP)의 가을 캠페인 ‘베터 인 데님(Better in Denim)’에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직전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던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의 광고 캠페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반응이 화제가 되면서 ‘올해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유튜브 GAP 갈무리)2023년 결성된 캣츠아이는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글로벌 K팝 걸그룹이다. 여섯 명의 멤버는 서로 다른 출신과 인종을 가졌으며, 데뷔 앨범부터 서구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5월 발매한 두 번째 EP ‘Beautiful Chaos’로 글로벌 차트에서 순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스포티파이(Spotify) 월간 청취자 3340만 명으로 전 세계 걸그룹 1위에 올랐다.
‘다양성’을 그룹 정체성으로 삼는 만큼 사회적 메시지를 발신하는데도 앞장서왔다. 지난 3월에는 라라와 메건이 양성애자임을 밝히며 커밍아웃했고, 이에 전 세계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팬들의 지지 물결이 일기도 했다. 또 8월에는 다양성을 강조한 갭(GAP)의 가을 캠페인 ‘베터 인 데님(Better in Denim)’ 메인 모델로 선정돼 “올해 가장 성공적인 광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농은 “우리는 각자의 배경을 자랑스러워하는 소녀들을 위해 존재한다”며 “외모나 출신과 상관없이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라 역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뮤지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피부색과 문화는 우리의 힘이다. 그걸 사용하고, 자신 있게 소유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