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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바이러스 설계해 창조…생명 윤리 논란 촉발
뉴시스(신문)
입력
2025-11-12 11:10
2025년 11월 12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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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스탠퍼드 연구진 박테리아 파괴하는 바이러스 16종 생성
“엄청난 불확실성 초래” vs. “대수롭지 않은 일” 반응 제각각
“모든 생명체 소멸시킬 새 생명체를 만들어낸 가능성” 우려도
ⓒ뉴시스
미 스탠퍼드대의 생물학자가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새 바이러스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조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AI를 사용하는 생물학 연구에 윤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9월 중순 발표된 논문에는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과 같은 업적이 담겨 있었다. AI를 이용해 새 바이러스를 설계했다는 내용이다.
시와 노래를 만들고 인간과 ‘우정’을 흉내 내는 등 갈수록 인간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AI 발전에 비추더라도 이번 일은 완전히 새로운 한계를 넘는 일처럼 보였다.
AI가 진화나 신(神), 또 유전체공학 도구를 사용하는 과학자들이 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프린스턴대 마이클 헥트 교수는 “기계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면서 “매우 불안한 일인 한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기계들이 새로운 생명체를 고안하고 있다. 다윈 2.0인 셈”이라고 말했다.
논문이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라는 주장부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계가 이제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는 새로운 생명 형태를 만들어내려는 것일까? 아니면 기존의 생명공학 기술이 해오던 일을 훨씬 더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도구일 뿐일까?
이번 실험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 않았다. 연구진들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것은 박테리아에만 감염되는 단순한 바이러스 파지(phage)였다. 동물이나 식물, 고세균(archaea)에서 번식하는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연구자들은 살아 있는 생물들의 유전체를 학습한 이보(Evo)라는 생성형 AI를 이용했다. 가장 발전된 Evo 모델은 모든 생명 영역을 포괄하는 유전체 지도에서 9조 개의 DNA 염기를 학습했다.
AI는 이미 생물학에 혁명을 가져왔다. 유전자 AI는 뱀 독에 대한 새로운 항독소 치료제를 만들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백신을 개선하며, 환경에 잔류하는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등 이로운 용도로 사용된다.
반면 AI를 이용해 새 독소를 만드는 등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번 논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비록 단순한 형태지만 바이러스 전체의 코드를 구축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이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
스탠퍼드 연구팀은 파이-엑스174(phi-X174)라는 파지를 만들어냈다. 대장균에 자신의 유전자를 주입해 복제하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이 합성한 약 300개의 바이러스 파지 중 16개가 대장균을 파괴하고 스스로 복제했다.
유전체 연구 개척자인 크레이그 벤터는 “AI는 인간이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약간 더 빠르게 만들 뿐”이라며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경각심을 드러냈다.
헤이스팅스 생명윤리센터의 그레고리 케브닉 생명윤리학자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연구”라며 “엄청난 가능성과 함께 속이 불편해지는 일이다. 불확실성이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파이-엑스174 파지를 선택한 데에는 의학적, 실용적, 역사적 이유가 있었다. 약물 내성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절박한 노력 속에서 과학자들은 이미 박테리아를 죽이는 파지를 재구성하려 하고 있었다.
파이-엑스174의 유전체가 단 5400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어 세균에 비해 훨씬 다루기 쉬운 것도 연구 대상이 된 이유 중 하나였고 파이-엑스174는 거의 50년 전에 DNA 기반 생물 중 최초로 유전체가 완전히 해독된 존재이기도 했다.
이번에 AI가 스스로 생명체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전문가 팀이 모델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설계 제약 조건을 설정하며, 프로그램이 새로운 DNA 서열을 제안하도록 지시해 만든 것이다.
인간 과학자들이 AI가 제시한 설계에 따라 DNA를 조립해 대장균이 담긴 시험관에 넣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AI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AI가 에밀리 디킨슨 스타일의 시를 쓸 때 그것이 창조인지 모방인 지를 묻는 것과 유사한 질문이다.
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제임스 프레이저 구조생물학자는 “AI 이전에도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스탠퍼드대의 드류 앤디 합성생물학자는 AI가 생명을 창조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AI 모델을 인간 연주자가 사용하는 정교한 악기에 비유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대학원생이 “AI를 아름다운 피아노처럼 사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AI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DNA 서열을 손쉽게 설계할 능력이 있다. 그 가능성과 함께 위험도 따른다.
AI의 취약성은 종종 기술이 이미 사용된 뒤에야 발견되고 통제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금 이 기술에 안전장치를 두려 하고 있다. 악용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MIT 미디어랩의 ‘진화 조형(Sculpting Evolution)’ 그룹 케빈 에스벨트 책임자는 AI가 수행하는 바이러스 재설계가 아직은 생물보안 측면에서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면역 회피형 바이러스, 즉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을 만들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의학윤리학 교수 줄리언 사불레스쿠는 이번 파지 프로젝트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도 있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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