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美핵잠 공동운영 등 나토식 核공유로 북중러에 대응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0일 03시 00분


[화정평화재단 학술회의] 세계화 시대의 바람직한 한일관계
“北 핵위협에 동아시아 정세 불안… 中, 항모 3척 배치해 존재감 키워
안보체제 변화, 한일협력 중요해져… 양국관계 지속위한 신조약 체결을”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 ‘세계화 시대의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학술회의는 한일 외교 안보 전문가 등이 참여해 동북아 안보 환경과 한일 협력 방안 등을 토의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 ‘세계화 시대의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학술회의는 한일 외교 안보 전문가 등이 참여해 동북아 안보 환경과 한일 협력 방안 등을 토의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금 국제정세는 지난 30여 년 이래 가장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한일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인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세계화 시대의 바람직한 한일관계’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일문화교류기금 회장인 이상우 신아세아연구소 이사장도 기조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지금까지 유지돼 온 동북아의 안보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새로운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화정평화재단과 은성국제연구재단, 한일문화교류기금이 공동 주최하고, 신아세아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중-러 3각 밀착으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한미일 핵공유로 북-중-러 핵연대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고,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한일 신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 “한미일 전략 핵잠 공동운영으로 북-중-러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건조를 승인하고 일본도 원잠 건조를 추진하는 최근 움직임이 중국의 군사 굴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은 “중국은 (대미 방어선인) ‘제2열도선’(일본 이즈제도∼괌∼사이판)에 항공모함 3척을 투입하는 등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자유롭고 열린 해양 질서를 유지하려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억지 태세 강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의 군사 태세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향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북핵 고도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야마자키 고지(山崎幸二) 전 일본 통합막료장(우리의 합참의장 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중-러의 연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며 “특히 북-러 군사 동맹으로 향후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유입돼 동아시아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덕민 전 주일대사는 “증대되는 북핵 위협을 고려할 때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유럽의 전투기에 미국의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처럼 미국의 공격형 핵잠수함(SSBN)을 한미일이 공동 운영하는 등 나토와 같은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한일관계 제도화할 신조약 체결 필요”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한(한일)이 때로는 정반대의 외교를 지향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대립적 경쟁보다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북핵 위협 고도화 등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국제 이슈가 부상한 만큼 양국 공조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당부도 나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는데 일본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한국에 있었다”며 “새로운 반성과 사죄가 아닌 이전에 있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한일 미래 협력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관계를 위한 ‘한일 신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는 “한일 화해 2.0 시대를 열었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실천 계획들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이는 선언이라는 형식이 갖는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3년 엘리제조약(독일-프랑스 우호조약)처럼 정치적 선언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은 정권이 바뀌면서도 지속된다”며 “결정적 국면마다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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