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이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불화해온 이슬람권 닢 아랍 국가 간 국교 정상화 협정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이었던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권 국가간 수교를 주선한 것을 대표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 모두발언에서 “카자흐스탄이 공식적으로 아브라함 협정 가입에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를 마친 직후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전 세계에 다리를 놓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오늘 더 많은 국가들이 나의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받아들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성명에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은 대화와 상호 존중, 지역 안정을 기반으로 한 카자흐스탄 외교 정책의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의 협정 가입은 중앙아시아권에선 첫 번째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협정 가입국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카자흐스탄은 기존 가입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달리 1992년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부터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간 관계 정상화가 필요치 않았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 쌓기용 발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카자흐스탄은 이미 이스라엘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와 경제 협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은 상징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카자흐스탄이 이미 30년 넘게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어온 점을 들어 이번 협정 체결 발표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J D 밴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한 일은 아브라함 협정의 모멘텀이 2기 행정부에서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여러 국가가 가입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아제르바이잔과 우즈베키스탄 등 이스라엘과 관계가 원만한 이슬람권 국가들도 향후 협정 가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여러 행정부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가 협정에 가입하기를 추진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새 지도부 하의 시리아 가입도 타진해왔다.
이날 회담에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참석했다. 이들 국가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에 속하지만 최근 중국이 적극적으로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회원국 간 양자 관계를 넘어선다”며 “이슬람 다수 국가들과 유대 국가가 여러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이 협정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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