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2025 항공산업 잡 페어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5.09.16. [서울=뉴시스]
최근 저성장 기조에도 2%대 낮은 실업률이 나타나는 건 구직을 포기한 20대 청년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10년간 20대 ‘쉬었음’ 청년이 급증하지 않았더라면 실업률은 지금보다 최대 0.7%포인트 높았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이 둔화했는데 실업률도 낮게 나타나 경기와 실업률이 괴리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그 원인을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측면에서 분석해 본 결과물이다.
국내 실업률은 2022년부터 2%대 후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경기와 실업률이 괴리된 원인을 구직 포기 증가와 구인-구직 간 매칭 효율성 증가 등 두 가지 요인으로 판단했다.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의 비중은 2005년 3.2%(123만 명)에서 올해 5.6%(254만 명)까지 뛰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쉬었음 비중이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20년간 20대 생산가능인구는 694만 명에서 575만 명으로 17% 줄었는데도 20대 쉬었음 인구는 25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64%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는 청년층 중심으로 근로 연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의지가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추락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규직 취업 경쟁이 격화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20대 쉬었음 인구의 30.9%는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
20대 쉬었음 인구의 비중이 2015년의 4.4% 수준을 유지하거나, 실제보다 더 완만하게 늘었다고 가정하면 올해 실업률(1~7월 기준 2.7%)은 0.4~0.7%포인트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됐다. 즉, 2015년 3.6%에서 올해 2.7%로 떨어진 실업률 하락 폭(0.9%포인트)의 45~71%는 20대의 구직 포기 증가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구인·구직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등 구인-구직 매칭 효율성이 높아진 점도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5~2025년 사이 구인-구직 매칭 효율성은 약 1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20대 쉬었음 증가와 구인-구직 매칭률 개선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없었다면 실업률은 지금보다 0.6%포인트 높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청년층의 구직 의욕을 약화시키는 경제 구조가 고착되면 이미 줄어들고 있는 인적자원 활용도마저 감소할 수 있고, 사회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한편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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