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란 등 ‘악의 축’에 초강경 정책
부시 행정부 2인자로 실권 행사
공화당 주류 아닌 트럼프와는 불화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2001년 1월∼2009년 1월)의 2인자였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테러와의 전쟁 등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사진)이 3일(현지 시간) 사망했다고 유족들이 밝혔다. 향년 84세.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생전 심장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니 전 부통령은 부시 행정부 당시 ‘악의 축’으로 불린 북한 이라크 이란 등에 대한 초강경 정책을 이끌며 신(新)보수주의자, 즉 ‘네오콘(Neo conservative) 거두로 불렸다. 집권 공화당의 주류와 거리가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내내 불화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니 전 부통령은 1941년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태어났다. 예일대에 입학했지만 학업 부진 및 품행 불량으로 퇴학당했다. 이후 와이오밍대에 입학해 정치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1978년 와이오밍주 하원의원이 됐다. 이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 H W 부시 전 행정부의 국방장관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에는 대형 방산기업 핼리버턴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부통령 시절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악의 축’ 국가에 대대적인 압박 정책을 펼쳤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을 주도했다. 두 전쟁에서 모두 그는 핵심 기획자 중 한 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체니 전 부통령을 연기한 2018년작 ‘바이스(Vice)’에서도 그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통령으로 묘사된다. 다만 두 전쟁이 모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퇴임 후 그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나빠졌다.
유족으로는 정치 행보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 동갑내기 부인 린(84), 장녀 리즈(59), 차녀 메리(56)가 있다. 린은 로널드 레이건 전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차관, 조지 H W 부시 행정부의 문화재청장 등을 지내며 남편과 함께 ‘워싱턴의 파워커플’로 불렸다. 리즈는 한때 부친과 마찬가지로 공화당 하원의원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트럼프 지지층의 의회 난입 등을 거치며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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