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윌리 시 하버드 교수
“韓-中 이외 생산국가 거의 없어
中독주 막을 유일한 대안 강조를
트럼프 관세 목표는 무역적자 감축”
기술경영 분야의 석학 윌리 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앞둔 한국에 “중국이 장악 중인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이 강점을 보유했음을 강조하라”고 권고했다. 윌리 시 교수 제공
“한국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를 미국과의 통상 협상카드로 써야 합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기술경영 분야의 석학인 윌리 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27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는 한국과 중국 외에는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거의 없다”며 “한국은 미국에 ‘우리가 중국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 등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고도 진단했다.
중국계인 시 교수는 미국이 혁신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업 르네상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IBM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28년간 근무하며 중국 경제의 급부상을 목격했고 2009년 이에 관한 논문 ‘미국 경쟁력 복원’, 2012년 저서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 등을 냈다. 활발한 저작과 의회 증언, 정부 자문 등을 통해 미국의 주요 산업 정책 수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시 교수는 ‘당신이 한국의 무역 협상단에 포함됐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을 경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중국산이고, 곧 100% 중국산이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평판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TV, 공항, 항만 등 어디서든 쓰이는 제품인데 전 세계 기업 중 삼성과 LG만이 생산 역량을 충분히 갖춘 비(非)중국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국 측에 조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꼭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방위산업 분야 등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기술력을 강조하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은 물론 미국의 핵심 산업을 강화할 협력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 교수는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의 CATL과 BYD가 앞서가고 있다면서도 “한국 LG화학, 일본 파나소닉 등도 중국 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핵심 정책목표는 ‘미국 무역적자 감축’이라고 진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