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에서 56~72세 성인 57만 명 이상을 평균 4~12년 추적한 결과, 주당 1~3잔 수준의 ‘가벼운 음주’조차 치매 위험을 15%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1잔은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한다. 알코올 함량 5% 맥주 350㎖, 40% 위스키 43㎖, 12% 와인 145㎖, 17% 소주 103㎖(두 잔) 정도다.
전문가들은 “양도 문제지만 알코올 자체가 뇌에 미치는 신경독성이 더 심각하다”라고 경고한다.
이번 연구와 관련해, 알코올이 어떻게 뇌의 구조와 기능을 파괴하는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푸드&와인이 전문가들과 함께 집중 조명했다.
알코올, 뇌 염증·산화 스트레스 일으켜 신경세포 파괴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신경 생물학자이자 중독의학 전문의인 랜달 터너(Randall Turner) 박사는 “알코올은 뇌 속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촉진하고, 신경세포의 손상을 가속한다”며 “이는 결국 기억력 저하와 인지 기능 약화를 불러온다”라고 설명했다.
터너 박사는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매우 독성이 강하다. 이 물질은 신경세포의 DNA를 손상하고,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한다”라고 말했다.
터너 박사는 “이러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반복되면,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가장 먼저 쪼그라든다”라고 짚었다. ‘음주 → 수면 방해 → 기억력 약화’의 악순환 마인드패스 헬스(Mindpath Health)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아누핀더 싱(Anoopinder Singh) 박사는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싱 박사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렘(REM·급속안구운동)수면이 줄어든다. 이는 기억 통합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단계다. 렘수면 부족은 단기적으로는 숙취와 함께 머리가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인다. 장기적으론 인지력 저하, 기억력 감퇴, 문제해결 능력 악화로 이어진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뇌 회복 과정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인지 기능 전반이 손상된다”라고 싱 박사가 말했다.
또한 알코올은 뇌혈관 손상을 유발해 뇌졸중이나 미세혈관 질환을 촉진한다. 이 역시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성의 뇌가 특히 더 취약 터너 박사에 따르면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뇌 손상 위험이 더 크다. “여성은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알코올 분해 효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게 유지된다. 또한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이 알코올 대사에 영향을 미쳐, 신경세포 염증 반응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여성 음주자에게서 기억력 저하, 언어 처리 속도 저하, 감정 조절 기능 손상이 남성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다만 남성은 평균적으로 더 자주 더 많은 양을 마시기 때문에 결국 남녀 모두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싱 박사는 지적한다.
술, 마실수록 위험 커져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란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입을 모아 경고한다.
세계 보건기구(WHO) 역시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안전한 알코올 섭취량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싱 박사는 “뇌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적당히 마시는 술’도 뇌 노화를 촉진한다”라며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최선이고, 최소한 빈도와 양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조언했다.
기억력 유지하려면? “술 대신 운동과 숙면” 전문가들은 술잔 대신 물병을 쥐라고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7시간 이상 충분한 숙면, 그리고 과일과 채소 중심의 식단은 뇌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줄여 인지 기능을 보호한다.
터너 박사는 “한 잔의 와인이 아니라. 그 한 잔이 반복되는 습관이 문제”라며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다”라며 술과 헤어질 결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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