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소식] “조기 폐경 여성, 복부대동맥류 위험 23% 높다”

  • 동아일보

김미형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왼쪽)와 황정기 교수.
김미형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왼쪽)와 황정기 교수.
매년 10월 18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폐경학회(IMS)가 제정한 ‘세계 폐경의 날’이다. 폐경은 단순히 월경이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며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치매 등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미형 교수(제1저자)와 황정기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이 조기 폐경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동맥의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파열 시 사망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지만 여성은 발병률이 낮다는 이유로 검진 권고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남성보다 파열 위험이 4배에 달하며 수술 예후도 나쁜 것으로 알려져 조기 발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여성 310만9509명 가운데 수술로 인한 폐경과 데이터 누락자를 제외한 자연 폐경 여성 139만3271명을 2019년까지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3629명(0.26%)이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았고 40세 이전 조기 폐경 여성은 55세 이후 폐경 여성보다 발생 위험이 23% 높았다. 또한 평생 월경 기간이 30년 미만인 여성은 40년 이상인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위험이 20% 높았다.

65세 이상 고령이나 흡연 등 기존 선별검사 기준을 배제하고 ‘조기 폐경’만을 고려했을 때도 40세 이전 조기 폐경 여성의 복부대동맥류 발생률은 약 두 배(0.26→0.50%)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 폐경이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 발생을 증가시키는 독립적이고 특이적인 위험 요인임을 입증한 결과다.

김 교수는 “여성호르몬은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조기 폐경으로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복부대동맥류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번 연구는 조기 폐경이 복부대동맥류의 독립적 위험 요인임을 대규모로 입증한 첫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조기 폐경 여성은 흡연, 고혈압 등 기존 위험 요인과 함께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여성 맞춤형 복부대동맥류 선별검사 기준 마련과 조기 진단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혈관외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Vascular Surgery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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