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굴욕…지상파 드라마 왜 외면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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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15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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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인님/MBC © 뉴스1
오 주인님/MBC © 뉴스1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론이 또 한 번 제기됐다. MBC와 KBS가 각각 주요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편성한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과 금요드라마 ‘이미테이션’으로 0%대와 1%대를 넘나드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현실에 우려가 이어졌다.

지난 13일 종영한 ‘오! 주인님’의 경우 지난달 29일 방송분은 1부 0.9%, 2부1.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집계 기준)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1부보다 2부가 0.2% 포인트 높았지만 이 역시 1%대 초반에 머물면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 7일 방송된 ‘이미테이션’도 1회 1부 1%, 2부 0.9%의 시청률을 각각 나타냈다.

지상파 드라마가 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어서와’부터였다. 이후 ‘오! 주인님’과 ‘이미테이션’이 ‘어서와’의 0.9% 기록과 동률을 보이면서 역대 지상파 최저 시청률 경신이라는 굴욕은 면했으나, 또 한 번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 이유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론이 지속되는 이유에는 주요 PD 인력 이탈, 상승한 제작비와 배우 개런티, 부족한 자금력과 미디어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으나,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타 채널에 비해 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의 외면받게 됐다는 점이 주된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족한 경쟁력은 오랜 시간 공고히 쌓아왔던 충성도 높은 시청층의 이탈로 이어졌고,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상파 중에서도 SBS는 지난 2019년 첫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스토브리그’를 재차 성공시키는 등 스타 캐스팅 등 경쟁력을 강화한 콘텐츠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모범택시’도 자체최고시청률 16.0%를 기록했고, 전작 ‘펜트하우스2’ 또한 29.2%를 기록하는 등 침체된 두 지상파 채널 MBC, KBS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 해결책은 결국 콘텐츠

MBC ‘오! 주인님’ 포스터© 뉴스1
MBC ‘오! 주인님’ 포스터© 뉴스1
양질의 콘텐츠, 참신한 시도를 자부하는 tvN, JTBC 또한 때때로 잇따른 부진을 겪기도 했던 만큼, 위기론의 답은 역시 콘텐츠에 있었다. 이에 한 방송 관계자는 “채널과 플랫폼이 다양화돼 수요가 분산됐지만,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 만한 탄탄한 기획력의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당 콘텐츠의 성공을 계기로 후속 라인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tvN과 JTBC가 콘텐츠로 채널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바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있었다. 넷플릭스는 ‘싸인’ ‘시그널’ 등을 히트시킨 김은희 작가와 ‘킹덤’ 시리즈를 제작하고 ‘스위트홈’ ‘보건교사 안은영’ ‘인간수업’ 등 트렌디하면서도 다양한 주제 의식을 담은 오리지널을 제작, 킬러 콘텐츠를 차츰 축적하면서 플랫폼의 충성도를 구축한 선례를 보여줬다.

◇ MBC 드라마 부진 끊어낼 수 있을까

MBC/뉴스1 © News1 DB
MBC/뉴스1 © News1 DB
그래도 KBS의 경우엔 ‘이미테이션’을 제외하고 ‘오월의 청춘’ ‘대박 부동산’ ‘오케이 광자매’ 등 다수 드라마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MBC는 다르다. 오직 수목드라마와 일일드라마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적자 구조에서 드라마 제작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드라마 편성을 대폭 축소하거나 잠정 폐지하는가 하면 잦은 휴지기로 시청자 이탈을 지켜봐야 했다.

이 같은 상황 속 MBC는 올해 첫 평일 드라마로 ‘오! 주인님’을 선보였지만 여배우와 작가의 동거 로맨스, 시한부 설정, 뻔한 삼각관계 등 소위 말하는 ‘요즘 감각’에 동떨어진 낡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0%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예견된 결과란 평을 받았다. 지상파 드라마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올드하고 보수적인 요소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적됐고,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기획과 편성 역시 패착의 배경들로 꼽혔다.

MBC는 ‘오! 주인님’ 후속작으로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를 선보인 이후 문소리 정재영 주연의 ‘미치지 않고서야’를, 이어 4부작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를 이미 편성해둔 상태다. 그 뒤 방송될 남궁민 주연의 150억원 대작 ‘검은 태양’과 이준호 이세영 주연의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이 각각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편성이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는 평가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MBC는 ‘그 남자의 기억법’ ‘356: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카이로스’ 등을 통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미쓰리는 알고 있다’ ‘십시일반’과 같은, 연출력과 대본으로 승부를 보는 호평작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한국영화감독조합, OTT 웨이브와 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시리즈 ‘SF8’을 시도하는 등 노력이 있었다. 이 같은 도전의 자산이 쌓여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서 나름의 활로를 찾는 시너지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배우들도 지상파에서 제안받는 드라마를 덜 선호한다거나, tvN 및 JTBC 작품들이라고 더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채널과 플랫폼을 떠나 결국은 좋은 대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청률 만큼이나 화제성도 중요한데 지상파가 과거처럼 그 어느 것도 우위에서 주도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좋은 제작 인프라에서 나오는 좋은 대본을 제시해야 스타 캐스팅도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드라마 관계자 역시도 “MBC가 오랜만에 선보인 드라마에서 특별한 기획이나 차별화된 전략이 읽히진 않았다”며 “후속 라인업이 앞서 공개됐을 당시에도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MBC 드라마가 장기간 침체돼 있었던 여파가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작가 및 감독의 영향력이기도 한데 기대감을 주기엔 제작진 라인업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며 “후속작의 규모와 캐스팅을 나름 강화해 선보이는 만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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