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다른, ‘미나리’만의 온전한 아름다움 느껴보세요”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2-25 03:00수정 2021-02-2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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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상행진 ‘미나리’ 주연 한예리
“타향살이의 외로움-서글픔 담겨 상처 겪었던 美 이민자들 공감한듯
자장가처럼 편하게 부른 주제가… 아카데미 예비후보 올라 신기해”
영화 ‘미나리’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한국에서 미국 아칸소의 시골로 이민 간 모니카를 연기한 배우 한예리. 영화 속 딸 앤과 아들 데이비드가 노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판씨네마 제공
“제2의 기생충요? ‘미나리’만의 온전한 아름다움이 있죠.”

23일 화상으로 만난 배우 한예리(37)는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미나리’가 해외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며 ‘제2의 기생충’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배우가 출연한 작품으로서 미국에서 이례적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기생충과 비슷하지만, 두 영화는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 실제로 기생충과 미나리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다. 기생충이 강렬하다면 미나리는 잔잔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족의 모습을 담은 미나리는 어린 시절 향수와 타향살이의 서글픔 등 가슴속 깊은 곳의 감정들을 켜켜이 쌓아 농축시킨 영화다.

“‘한국에서 미나리에 제2의 기생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가 뭘까? 이 영화는 한국 관객이 분명 기생충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했어요. 미나리는 제작비(약 20억 원)나 메시지가 확실히 기생충과는 달라요. (기생충을 생각하셨다면)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실망할 수도 있겠죠. 미나리는 미나리만의 온전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미국에서 미나리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한예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에 이민자들, 그리고 이민자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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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여러 나라 이민자와 그들의 문화가 섞여 있고, 그것들이 부딪치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아요. 미국인도, 한국인도 되지 못한 채 덩그러니 외딴섬처럼 떠 있던 경험이 있는 거죠.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이민자로서 상처받은 자신을 보듬을 기회, 막연하게 느낀 부모님의 불안함 뒤에 치열한 삶의 투쟁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섞이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다음 달 3일 국내 개봉하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썼다. 한예리가 연기한 모니카는 정 감독의 어머니인 셈. 영화에서 한예리는 남편 제이컵(스티븐 연), 자녀 앤(노엘 조) 데이비드(앨런 김)와 함께 미국 아칸소로 이민을 온다.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본인의 어머니와 비슷하게 연기를 해 달라든가, 어머니의 사진을 보여주시며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어렸을 때 저의 부모님이 싸웠던 기억, 그때 엄마와 아빠의 표정, 내가 느꼈던 불안감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연기를 할 때 엄마가 무언가를 참았던 입매와 눈빛 등 제 안에 남아 있는 유년시절 기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고요.”

한예리는 이번 영화에서 숨겨 온 노래 실력까지 뽐냈다. 그가 부른 주제곡 ‘Rain Song’은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올랐다. 예비후보는 작품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을 제외하고 장편 다큐멘터리, 음악상, 주제가 등 9개 부문을 선정한다. 미나리는 음악상 예비후보에도 포함됐다. Rain song은 영화 시작에서 나오는 ‘Big country’와 같은 멜로디에 가사를 얹은 노래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깔린다.

“에밀 모세리 음악 감독님이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에 ‘뭐든 좋다’고 말씀드렸죠. 자장가처럼 편하게 불러달라고 해서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불렀어요. 아카데미 예비 후보에까지 올라 모세리 감독님도 “예리,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놀라셨죠. 요즘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제겐 너무 신기할 따름이에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미나리#한예리#기생충#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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