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영 “나를 찾았으니 이제는 도약할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9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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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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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주인공을 처음 맡은 연기자 류혜영(28)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뒤로 하고 자취를 감췄다. 분위기에 휩쓸려 휘청거릴 것만 같아 자신에게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22일 막 내린 올리브 ‘은주의 방’으로 돌아오기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 한창 활동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아깝지만, 류혜영은 “이제는 남들의 시계에 쫓기지 않고 저만의 분과 초에 맞춰 살고 있다”며 미소 짓는다.

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 “3년의 공백은 나를 찾은 시간”

류혜영은 ‘응답하라 1988’을 끝내고 이듬해 영화 ‘특별시민’에 참여한 뒤 조급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작스러운 대중의 관심이 신기하면서도 좋아 빨리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고민이 쌓여가는 순간 ‘이게 내가 원하는 길이 맞나’ ‘남들 시선에 맞춰 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때부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 위치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휴식이라는 이름의 ‘여정’을 떠났다.

“당시에는 주위 시선에 쫓겨 ‘빨리’에 사로잡혔었다. 빨리 새 작품을 만나, 빨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조급함이 저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저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제 연기를 보는 대중은 분명 불안할 것이다. 그래서 행복해지기로 결정했다. 3년은 제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찾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류혜영은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휴식을 결정했지만 부모의 얼굴이 떠오르고, 나약함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면서 “사람인지라 주변 얘기에 휘둘리기”도 했다. 다행히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나를 찾는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류혜영은 “평생이 걸려도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데 3년 전보다는 저를 알게 된 거 같다”며 “‘은주의 방’ 출연 전후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건 제가 저의 시간에 맞춰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어떤 선택이든 옳고 그름은 없다”고 덧붙였다.

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그만큼 그에게는 ‘은주의 방’이 활동을 재개하는 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극중 류혜영이 연기한 29살 심은주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일정한 돈벌이가 없는 ‘백수’이지만 삶이 즐겁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은주가 저보다 한 살 많은 언니라고 배울 게 많더라”며 웃었다.

“은주로 2개월 살면서 위안을 받았다. 예민한 저의 성격이 은주의 긍정적인 부분과 만나 유연해졌다. 고교시절부터 평범하게 살고 싶은 동경이 있었는데 드라마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다.”

류혜영은 “여유를 갖고 차기작을 찾되 지난번처럼 길게 쉬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캐릭터의 좋은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서 다양한 인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연기자로서 더 큰 꿈을 가지고 도약할 수 있는 시기인 거 같다”고 확신했다.

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연기자 류혜영. 사진제공|눈컴퍼니

● ‘혜영의 방’은?

‘은주의 방’ 속 은주의 방은 따스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기자기한 가구와 소품들이 오밀조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월세 살이’로 내 집 마련이 소망”인 류혜영을 포함해 여성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인테리어이다.

“은주의 방이 로망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먼지가 쌓이면 나중에 털어내야 해 장식품이 많지 않다. 귀여운 소품을 좋아해 사긴 하지만 서랍에 넣어둔다. 청소하기 귀찮아서. 하하! 예전에 선인장을 기르다 말라 죽인 적이 있어 식물을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다. 제가 식물의 죽음을 예약해놓은 것 같아 저보다 식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한테 갔으면 좋겠다.”

류혜영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의 삶이 담백하다는 인상을 준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것도 좋지만 집에 혼자 오롯이 있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자연인 류혜영’의 새해 다짐은 독서량 늘이기이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독서의 필요성을 느껴 애써서 서점을 자주 찾고 있다”며 “애써서 하다보니 재밌어졌고,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치열하게 20대를 보냈다. 30대를 앞둔 20대 끝자락이라는 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 연기할 때는 연기에만 집중하고, 활동하지 않을 때의 시간도 소중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해 쉴 것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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