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지민 “상처투성이 인생, 운명처럼 다가왔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6시 57분


배우 한지민은 영화 ‘미쓰백’을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한지민이 맞나 싶을 만큼 대담한 연기 변신이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지민은 영화 ‘미쓰백’을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한지민이 맞나 싶을 만큼 대담한 연기 변신이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 영화 ‘미쓰백’ 카리스마 연기 변신 한지민

몇 년 전만 해도 못 했을 캐릭터
거칠게 보이려고 민낯으로 연기
힘들 때 도와준 노희경 작가 내 멘토
결혼요? 인연 찾는 건 신중해야죠


작품도, 삶의 인연도 모두 때가 있다는 한지민(36)의 말은 수긍할 만했다.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작품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듯, 선뜻 용기가 나지 않던 도전도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말을 들려줬다. 그만큼 연륜이 쌓인 탓일까. 한지민은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제작 영화사 배)과의 만남을 두고 “몇년 전 제안을 받았다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다. 지금에 와서 할 수 있는 건 인연이고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변신

한지민이 ‘미쓰백’에서 그려낸 백상아는 어릴 때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인물.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다. 세차나 마사지를 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그에게 한 소녀가 들어온다. 온몸에 학대의 흔적이 가득한 소녀를 외면할 수 없던 그는 “이런 나라도 괜찮겠느냐”면서 손을 내민다.

한지민은 “사람관계에 고민이 많던 시점에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돌이켰다. “과연 나는 인간관계를 잘 해왔을까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상처받고 외로움도 느끼던 때에 백상아라는 인물을 만났다”고 했다.

영화는 최근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아동학대를 주요 소재로 한다. 하지만 상처를 보이고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려는 두 인물의, 작지만 단단한 연대를 다룬다. “백상아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형사 장섭(이희준)은 왜 또 상아 곁을 떠나지 않을까, 상아의 행동과 말투를 막연한 이미지로 그리는 것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세세하게 상황을 상상해 쌓아갔다.”

영화 ‘미쓰백’에서의 한지민.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미쓰백’에서의 한지민.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에서 한지민은 지금껏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다. 거칠고 건조한 피부를 표현하려고 촬영 내내 기초화장품도 바르지 않은 건 작은 시도일 뿐이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은 인물이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소녀를 만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과시한다. 왜 이제야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 몇 년 전에 ‘미쓰백’을 받았다면 못 했을 거다. 용기가 없어서. 만약 더 일찍 했다면 굉장히 서툴렀을 거다. 선뜻 용기 내는 일도 어려웠다. 서른 살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데뷔 때부터 함께 일한 회사를 나오고 나서 한지민은 “10년 넘도록 몸담았던 연예계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세상은 넓었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은 수백 명이 모여 이루는 협업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자각했다. “전체를 아우르는 눈이 없었다. 서툴렀고 겁도 많았다. 그래서 나에게 서른 살은 마치 사춘기 같은 때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다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으니까.”

그 시기를 견딜 수 있던 건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도움 덕분이다. 두 사람은 마음공부를 함께 하고 봉사활동도 벌인다. 한지민은 “인생의 멘토”라고 노희경 작가를 지칭했다. “작가님과 이야기하면서 사람의 감정에 대해 많이 배웠다. 법륜스님과 활동하면서는 마음이 더 단단해지기도 했고 누군가의 말에 의해 내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이 잡혔다.”

● 30대 중반의 나이 ‘결혼’ 고민도

얼마 전 한지민은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도 소화했다. 또래 배우들과 비교해 출연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그이지만,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엄마를 둔 인물을 맡은 건 ‘경성스캔들’(2007년) 이후 ‘아는 와이프’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역할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요즘 여주인공 캐릭터가 조금씩 주체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갈증은 있다.”

때문에 한지민은 영화에서라도 분량을 떠나 도전을 이어가려 한다. 영화 ‘밀정’에서 독립운동가를 소화하거나 올해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피아니스트를 맡은 과정도 그 일환이다. “가까운 분들이 이런 말을 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대중이 생각하는 한지민이란 연기자는 차이가 난다고. 나는 사석에서 상대를 풀어주는 편인데, 사람들은 내가 새침하고 여성스럽다고 여기는 것 같다.(웃음)”

배우 한지민.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지민.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한지민이 가진 매력을 하나만 꼽자면 ‘털털한’ 성격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반전 주량’도 화제다. 영화 뒤풀이 자리에서 소주를 얼마만큼 마셨다는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이젠 상당한 주량을 가진 것처럼 인식돼 있다. 이런 시선을 그는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영화를 하면서 술을 제일 많이 마신 때가 ‘밀정’ 촬영이었다. 선배님들이 많아서 먼저 취할 수가 없었다. 계속 정신을 차리고 있다보니, 선배들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남아 뒷정리를 맡았다. 하하! 그래서 ‘지민이만 살아남았다’는 소문이 퍼진 것 같다.”

‘미쓰백’으로 관객과 만나는 한지민은 곧 배우 김혜자와 함께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참여할 계획이다. 더욱 활발한 연기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배우로 인정받는 지금, 그의 부모님은 한편으로 다른 걱정을 쌓아가고 있다. 30대 중반이 된 딸이 과연 언제쯤 결혼할지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결혼 질문이 나를 피해가진 않았다.(웃음) 그래도 동반자를 찾는 건 인연을 찾는 일이니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조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되겠지 생각한다. 물론 지금 이 인터뷰 기사를 읽는 우리 엄마는 답답하겠지만.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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