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 KAFA가 조직적 은폐…이런 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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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1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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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APA
사진=KAPA
이현주 영화감독(37)과 성폭행 피해자 A 씨가 다닌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관계자들이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을 아카데미 내에서 최초로 인지한 책임교수 B 씨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1월 10일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현주 감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피해자 A 씨는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책임교수 B 씨의 여러 부적절한 언사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책임교수 B 씨는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변호인이 의도한 바대로 피해자 A 씨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책임교수 B 씨는 아카데미 직원에게 이현주 감독의 소송 관련 요청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카데미 원장 C 씨는 책임교수 B 씨를 통해 성폭행 및 고소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상급자(사무국장 및 위원장) 및 동료 교수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 피해자 A 씨를 위한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원장 C 씨는 책임교수 B 씨의 독자적 사건 처리를 묵인했고, 이현주 감독의 졸업영화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지원 및 홍보를 적극 지속해 A 씨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또 아카데미 원장 C 씨는 아카데미 운영 책임자로서 피해자 A 씨의 다수 저작물이 법원에 제출되는 등의 저작물 유출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도 범했다.

책임교수 B 씨 외 책임교수들 역시 피해자 A 씨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았다. A 씨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건인지 이후에도 아카데미 관계자 전원은 재판에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카데미 행정직의 선임 직원 D 씨는 아카데미 원장 C 씨의 요구에 동조해 본 사건을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하급 행정직원 F 씨는 상부 결재 없이 이현주 감독에게 법원에 제출될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고서도 사후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은 16일 피해자 A 씨에게 조사결과를 알리면서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쳤고,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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