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훤 “남의 문장을 ‘소품’처럼 사용”…‘키스먼저할까요’ 측 “편집·송출 실수,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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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0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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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캡처
사진=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캡처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가 이훤 시인의 시를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단 인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19일 방송된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 연출 손정현, 제작 SM C&C) 18부의 에필로그에서는 손무한(감우성 분)과 안순진(김선아 분)의 결혼식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 장면에서 손무한은 내레이션을 통해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한 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라고 말한다. 이는 2016년 출간된 이훤 시인의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에 수록된 ‘철저히 계획된 내일이 되면 비로소 어제를 이해하고’의 전문이다.

하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 측은 해당 시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원작자에게 사전 연락을 하지 않았고, 출처 표기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훤 시인은 20일 오전 ‘키스 먼저 할까요’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저는 일체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문장의 사용을 허락한 적도 없다”며 “좋은 작품을 만들려 애쓰시는 건 이해하지만, 다른 이가 지은 문장을 몰래 ‘소품’처럼 사용하신다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자분들께서 제보해주시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척 어렵다. 창작하시는 분들께서 타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쉽게 취하고, 침범했다는데 큰 불쾌함을 느낀다”면서 제작진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키스 먼저 할까요’ 제작진은 20일 낮 시청자 게시판 공지사항을 통해 이훤 시인에게 공식 사과했다. 제작진은 ‘이훤 시인님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시의 출처 및 저자는 대본상 분명하게 명기되어 있었으나, 제작물을 편집, 송출하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이 부분이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부족하나마 이후의 다시 보기와 재방송에서는 이 문제를 철저하게 바로잡겠다”며 “사전 연락을 취하지 않고 시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제작진은 시인 이훤 님께 깊이 사과드리며, 이훤 시인님의 아름다운 문장을 시청자께 들려드리고 싶은 순수한 의도였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제작의 전 과정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숙한 사람들의 서툰 사랑 이야기, 좀 살아본 사람들의 ‘리얼 멜로’를 표방하는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지난달 20일 시작해 현재 18회까지 방영됐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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