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리턴’에 출연중이던 배우 고현정이 제작진과의 마찰로 하차 하면서 고현정이 맡았던 최자혜 캐릭터 처리 방안에 비상이 걸렸다.
SBS는 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제작진은 드라마가 원래 의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최자혜 역을 맡을 배우를 물색하는 등 최선의 후속대책을 현재 논의 중이며, 확정이 되는 대로 다시 알려드겠다. 또한 앞으로도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주요 배역이 중도 하차할 경우, 과거 흔히 쓰인 방법은 해당 인물을 유학, 군입대, 장기출장, 사망 처리하는 내용전개였다.
1995년 연기자 임성민이 지병으로 연기활동을 중단하면서 당시 그가 출하던 MBC ‘사랑과 결혼’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망 처리됐고, SBS ‘고백’에서는 장기 출장을 떠난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MBC ‘아들의 여자’(1994)에 나왔던 차인표는 드라마 초반 입대가 결정되자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줄거리를 바꿔 극에서 빠졌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내용변화는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전체의 시나리오를 크게 흐트러트리고 특히 고현정 처럼 주인공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캐릭터를 삭제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 요즘엔 주로 다른 배우로 대체해 투입한다.
구혜선·장희진(위) 오지은·임수향(아래) 지난해만 해도 대체 배우를투입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3월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주인공 정해당을 연기해온 구혜선이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하면서 배우 장희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에 앞서 한 달 전에는 MBC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에선 이소정 역으로 출연한 윤서가 혈관질환을 진단받아 중도 하차하면서 이규정이 배역을 대신 했다. 2016년 8월~2017년 2월까지 방영됐던 MBC 주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선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 박신애를 연기하던 오지은이 촬영 도중 발목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12회까지는 오지은이, 나머지 38회 부터는 임수향이 박신애를 연기했다. 임수향이 이어받은 13회는 박신애와 조희동의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조희동이 처음 나온 여자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고 드라마에 새 인물이 등장한 줄 알았다”는 시청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 중간에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얼굴이 갑자기 바뀌어 시청자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제작진은 가장 외모와 느낌이 비슷한 배우를 물색해 헤어스타일과 화장으로 나머지를 맞추는데, 문제는 연기력이나 연기 색깔의 차이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 닮은 꼴 찾기
비운의 청춘스타 변영훈은 1993년 영화 ‘남자 위의 여자’를 찍다가 헬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당장 불똥이 튄 것은 KBS2 드라마 ‘청춘극장’이었다. 제작진은 급히 대타를 찾아 나섰고, 대역 모집에 몰려든 250명의 젊은이 중에서 변영훈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닮은 대역이 선발됐다. 하지만 ‘초짜 배우’의 연기력이 문제였다. 결국 대역의 역할은 최소한의 대사와 동작으로 제한됐다.
외국에서도 대역으로 작품을 완성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전설의 쿵푸스타 이소룡(리샤오룽)은 ‘사망유희’(1979)를 찍다 사망했는데, 제작진은 이소룡 대역을 대대적으로 공모했고, 그와 닮은 부산 출신의 한국 액션배우 김태정을 기용했다.
○ 신체 일부분 · 일정 기간만 대역
대역의 신체 일부만 쓰거나 또는 일정기간만 투입한 사례도 있었다. 2008년 SBS 드라마 ‘우리 집에 왜 왔니’에 출연 중이던 김승수는 무리한 운동으로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몇 개월 간 목발을 짚어야 했다. 이에 바스트샷은 김승수가 그대로 찍고 풀샷만 대역이 촬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2007년 KBS1 드라마 ‘대조영’에서 당나라의 무장 설인귀를 연기한 이덕화는 촬영중 말에서 떨어져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제작진은 일단 대역을 써서 뒷모습 위주로 찍어놓은 뒤 부상에서 회복한 이덕화의 정면을 나중에 촬영해 짜깁기했다.
○ 대역 몸에 기존 배우 얼굴 CG 합성
CG로 합성한 글래디에이터(2000)의 故 올리버 리드
1994년 영화 ‘크로우’ 촬영 막바지에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총기 오발 사고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제작진은 대역 배우의 몸에 브랜든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합성해 영화를 완성했다. 또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는 프록시모 역의 올리버 리드가 촬영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대역의 몸에 올리버의 얼굴만 따서 CG로 합성했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2009)은 다소 기발한 방법을 썼다. 2008년 레저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자 주인공의 얼굴이 세 번 변한 것으로 설정하고 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패럴이 레저의 연기를 소화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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