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기밀’ ‘비밥바룰라’…우직하고 솔직한 영화들의 ‘설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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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급기밀’(왼쪽)-‘비밥바룰라’.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1급기밀’(왼쪽)-‘비밥바룰라’.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우직하고 솔직한 영화들이 관객에 선보이는 기회를 갖기도 전에 상영관 확보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하는 영화가 여러 편 탄생하면서 상영관 편성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관객이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24일 나란히 개봉한 김상경·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감독 홍기선)과 박인환·신구·임현식·윤덕용의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가 교차 상영 등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 출연진이나 화려한 규모는 갖추지 않았지만 이들 작품은 한국영화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이야기를 탄탄하게 그려내 호평 받은 작품들인 만큼 아쉬움이 크다.

보통 한국영화가 개봉을 일주일여 앞두고 예매를 시작하지만 ‘1급기밀’의 경우 개봉하기 하루 전에서야 대부분의 극장에서 예매가 열렸다. 일찌감치 영화를 예매하고 싶던 관객들이 사전에 그 기회를 차단당한 셈이다.

이는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영화의 상영관을 배정할 때 중요 기준으로 내세우는 ‘예매율’이 처음부터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상영관 확보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영화가 관객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는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1급기밀’ 제작사 미인픽쳐스의 안훈찬 대표는 “홍기선 감독은 8년간 영화를 준비하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만한 대중적인 방식을 시도했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자사 배급영화 밀어주기, 고질적인 개봉일 교차상영 등 불공정한 행위에 제작부터 개봉까지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영화 ‘1급기밀’의 한 장면.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영화 ‘1급기밀’의 한 장면.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상황은 ‘비밥바룰라’도 비슷하다.

노년의 친구들이 못다 이룬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평생 가족만 위해 살아온 네 명의 아버지가 가슴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내용이다. 잔잔한 감동까지 전해는 휴먼 코미디의 매력도 지녔다.

무엇보다 ‘비밥바룰라’는 80대 배우 신구와 70대의 박인환 등 관록의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노년의 힘을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1급기밀’과 마찬가지로 상영관 확보는 쉽지 않다.

제작진은 공들여 만든 영화를 어떻게라도 보이고 싶은 마음에 24일 문재인 대통령에 편지를 띄웠다. 노년의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 소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영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촉구다.

제작사 영화사김치 관계자는 “‘비밥바룰라’를 기획한 이유는 중장년층과 노인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영화는 자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예술이고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만 젊은 관객들에 노년의 삶을 제대로 보이기도 전에 작품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영화 ‘비밥바룰라’의 한 장면.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비밥바룰라’의 한 장면.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들의 호소에도 상영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4일 오후 5시 현재 ‘1급기밀’의 예매율(영화진흥위원회)은 4%, ‘비밥바룰라’는 3.5%를 기록하면서 7, 8위에 올라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 애니메이션 ‘코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메이즈러너: 데스 큐어’, ‘1987’까지 흥행작이 버티고 있는 탓에 상영관 확보는 여전히 힘겹다.

그렇다고 이들 영화에 관심을 거두기도 어렵다.

‘1급기밀’은 한국영화에서는 처음 방산비리를 다뤘고 실제 벌어진 일들을 토대 삼아 완성도를 높였다. 현실을 반추해 볼만한 영화다.

‘비밥바룰라’ 역시 노년의 이야기이지만 젊은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갖춘 노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상당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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