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담아내려는 스크린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이번에는 국방비리 소재 영화가 찾아온다. 현실과 뗄 수 없는 예민한 이슈이자 상업영화에서는 제대로 그려진 적 없는 소재인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경·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제작 미인픽쳐스)이 내년 1월 관객을 찾는다. 영화는 공군 전투기 추락과 무기 도입을 둘러싼 미국과의 커넥션 등 종종 뉴스로 접하는 국방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이야기다.
영화는 서로 다른 두 실화가 모티브다. 2002년 공군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사건 및 2009년 MBC ‘PD수첩’을 통해 한 해군 소령이 고발한 군납 문제를 연결해 극화한 작품이다.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반복해 벌어지는 ‘현재 진행형’ 이슈라는 사실에서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더욱이 최근 진행되는 전직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와 새 정부 들어 본격화한 국방개혁 및 방산비리 척결 움직임과 맞물려 ‘1급기밀’이 담아낸 메시지가 파급력을 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실화 소재 이야기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김상경과 김옥빈이 주연으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상경은 진실을 감추려는 군 권력에 맞서 전투기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공군 중령 역을 맡았다. 앞서 ‘살인의 추억’과 ‘화려한 휴가’ 등 실화 소재 영화를 통해 유독 흥행에 강한 면모를 보인 그가 이번 ‘1급기밀’에서 보여줄 모습에도 기대가 쏠린다.
김옥빈 역시 2015년 용산 참사 소재인 ‘소수의견’을 통해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 열혈 신문기자 역으로 활약한 그가 ‘1급기밀’에서도 국방비리를 파헤치는 방송사 기자로 나선다.
‘1급기밀’은 올해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받았다. 무엇보다 현실 문제를 묵직하게 담아낸 연출에 대해 관객은 높은 평가를 보냈다. 연출을 맡은 홍기선 감독은 앞서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벌어진 대학생 살인사건을 극화한 ‘이태원 살인사건’과 비전향 장기수 실화를 다룬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홍기선 감독은 ‘사회고발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으로 ‘1급기밀’을 기획해 지난해 말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촬영을 마무리하고 며칠 뒤 돌연 세상을 떠나 영화계에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번 작품은 그의 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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