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①] 김영철 “비호감·핵노잼…? 독보적 캐릭터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6일 06시 57분


김영철은 전천후다. 영어를 섭렵하고 교재까지 출간해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한 그가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라디오 진행 활약을 넘어 트로트곡까지 내놨다. 미국드라마 오디션도 본다. “젊음이 허락한다면 2∼3년간 미국에 가서 기회를 찾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김영철은 전천후다. 영어를 섭렵하고 교재까지 출간해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한 그가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라디오 진행 활약을 넘어 트로트곡까지 내놨다. 미국드라마 오디션도 본다. “젊음이 허락한다면 2∼3년간 미국에 가서 기회를 찾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유쾌한 남자’ 개그맨 김 영 철

개그맨으로서 듣지 말아야 할 3가지
다 가진 난, 독보적인 개그맨 ㅋㅋ
매일 아침 7시 라디오 진행
청취자들 좋아할 땐 눈물이 절로
얼떨결에 잡은 ‘따르릉’
‘비호감’또 달려도 상관없어요
포기 않고 미국 드라마도 도전
난, 독보적인 개그맨이니까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반색한다.

“제 인터뷰 하자고 두 분이나 오신건가요? 정말?”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만 인터뷰하는 코너 ‘여기자들의 수다’라는 설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하는 민첩함을 보인다. 역대 인터뷰 참여 스타들을 쭉 훑더니 만족한 듯 “오∼ 오케이! 영광이에요∼”라며 활짝 웃는다.

유쾌한 남자 김영철(43)은 지금 전성기다. 2년 전 MBC ‘무한도전’에서 외친 “힘을 내요, 슈퍼파∼월”로 시작된 인기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JTBC ‘아는 형님’ 등 예능프로그램 활약은 물론 최근 발표한 트로트 ‘따르릉’도 인기다. 매일 아침 7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으로 청취자까지 만나고 있다. 틈나면 기업과 학교 강의도 한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는데.

“내게 궁금한 게 있겠지만 비슷한 질문도 많으니까 매번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늘 걱정이다. 고민하는 나를 보며 매니저가 ‘똑같은 질문에 다르게 답하면 되잖아’라고 하더라. 아! 그걸 생각 못했네? 하하! 발상의 전환을 못해서 (최)화정 누나한테 많이 혼난다.”

-김영철을 키운 8할은 최화정?

“(눈치 보며 3초간 침묵)갑시다! 8할! 10년 동안 누나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를 했다. 그때 한 청취자가 ‘여름이 좋다’는 사연을 보냈는데 누나가 내게 ‘여름 좋아하냐’고 묻더라. 아무 생각 없이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고 답했다. 겨울이 좋으니까. 그랬더니 (갑자기 최화정을 흉내 내며)‘영철아, 지금 여름 얘기하잖니? 겨울 얘기는 왜해? 넌 가끔 눈치 없어. 방송하는 애가 왜 그래? 그러더라. 그때 깨달았다. 연예인이 비슷한 질문에 똑같은 답을 한다면 그건 2류, 3류이지.”

-매일 아침 7시 라디오 생방송이 쉽지 않겠다.

“어제 세상을 뜬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오늘이랄까. 너무 거창한가. 하하! 라디오를 정말 좋아한다. 청취자가 매일 아침 밝은 내 목소리 들으니 좋다는 사연을 보내주는데 뭉클하다. 혼자 울 때도 있다.”

-3월 SBS 라디오 봄 개편 때 프라임 시간대를 차지했다. 내 일처럼 기쁘더라.(김영철은 개편 전까지 새벽 6시 프로그램 ‘펀펀 투데이’를 진행했다.)

“아∼! 어떤 감정인지 안다. (강)호동 형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2015년 ‘진짜 사나이’ 때 일이다. (이번엔 강호동 성대모사로)‘영철아, 형은 네가 잘 돼 너무 기쁘다, 네 기사의 댓글을 다 봤는데 국민이 자기 일처럼 좋아한다.’ 그동안 저평가된 김영철이 이제야 인정받는 것 같다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왜 저평가됐을까.

“내 잘못이 크지. 3∼4개월 전에 (송)은이 누나랑 (김)숙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영자 누나 성대모사를 했더니 관객이 막 야유 보내고 무시하더라. 그걸 보고 은이 누나가 ‘우리가 영철이 무시한다고 너희들(청취자)까지 그러면 안 된다’고 호통쳤다. 그 말에 다들 또 빵 터졌지. 대중이 나를 편하게 대한다. 만만하니까 하수 대하듯. 김영철보다 더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많을 걸.”

-그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닌가.

“하하! 내가 당해주는 거지. 실제로 만만하지 않다. 난 당하고, 죽어야, 사는 남자다. 녹화할 때도 쉬는 시간에 주변 사람들한테 더 못살게 굴어 달라고 부탁한다.”

-혹시 상처받지 않나.

“호동이 형이 멘탈을 잡아 줄 때가 있다. ‘노잼’(재미없다) 캐릭터를 즐기라고. 같이 휩싸여 보라고. 안 웃긴 캐릭터가 더 좋다. 어쩌다 웃기면 더 좋잖아. 매번 빵빵 터트리는 사람들, 가령 이수근이 더 부담스러울 거다.”

-솔직히 비호감 이미지도 있다.

“맞다. 나에겐 세 가지 캐릭터가 있다. ‘비호감’, ‘핵노잼’, ‘극혐’.(웃음) 개그맨으로서 듣지 말아야 할 세 가지다. 나를 평가하는 댓글에 ‘재미없다’는 말이 있으면 너무 싫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것도 나인데.”

방송 출연 일정이 빡빡해 가뜩이나 바쁜 김영철은 요즘 트로트 가수로 지방 행사까지 간다. 웃자고 만든 노래인 줄 알았는데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따르릉’은 가수 홍진영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개그맨 허경환을 위해 트로트곡을 만들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힌 게 시작이었다. 이 말을 들은 진행자 윤종신이 갑자기 “김영철이 트로트 가수 하고 싶어 한다”고 끼어들었고 내용은 그대로 방송됐다.

“방송을 못 보고 다음날 아침 라디오에 갔더니 청취자들이 뜬금없이 ‘빨리 홍진영한테 전화하라’는 사연을 보내더라. 무슨 상황인지 몰랐는데 그냥 전화부터 했다. 뭔지 모르지만 일단 할게,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하하! 사실 윤종신 형에게 작년부터 ‘월간 윤종신’에 한 번 써 달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형은 밥만 사더라. 그래도 계속 졸랐다. 그걸 기억한 형이 방송 녹화에서 홍진영 노래를 바로 물은 거다.”

개그맨 김영철. 사진제공|미스틱 엔터테인먼트
개그맨 김영철. 사진제공|미스틱 엔터테인먼트

-‘따르릉’이 인기다. 가수로서 희열을 느낄 수도 있겠다.

“마흔세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B급이다. 고급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런 매력을 또 잘 살린다. 김형석, 용감한형제, 신사동호랭이, 박진영까지 인기 있는 작곡가가 곡을 준다면 거절할 의향이 없다. 인터뷰니까 이런 말 한 번 해보자. 만들어놓고 B급이라 공개하지 못하는 노래 있으면 나한테 연락을 달라.”

-가수 활동은 계속할 생각인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트로트로 독보적인 영역을 쌓으려고. (이)상민이 형이 가수 겸 프로듀서 출신이잖아. 음원사이트에서 4일 동안 100위 안에 들었으면 뜬 거다. 상민 형 말로는 발라드를 불러도 웃기는 유일한 사람은 나라더라. 2집에서는 에스더의 ‘뭐를 잘못한 거니’ 리메이크를 할까봐. 앞으로 발표할 음악도 뭔가 ‘찌질’하고 뭘 해도 안 되는 오빠를 콘셉트로 할 거다. 어때? 다들 좋아할 거 같지 않아?”

-계획이 꽤나 구체적이다.

“SBS ‘인기가요’에 나가 작가한테 말했다. 다음엔 더블 타이틀곡으로 나올 거고, 3분 안에 두 곡을 모두 소화할 테니까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이제 대중도 김영철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블로그나 댓글을 통해 나를 분석한 글이 많다. 내가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다. ‘무한도전’이 ‘식스맨’을 찾을 때인데, 한 블로거가 이런 글을 썼더라. ‘식스맨’을 누가 하든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꼴이라고, 결국 그 잔을 알면서도 마실 사람은 김영철이라고. 나? 당연히 마시려고 했지.”

-혼자 있을 땐 어떨지 궁금하다.

“일요일엔 약속 안 잡고 거의 혼자 있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사람 만나 에너지 쓰고 나면 일요일에는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여사친’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중 최고는?

“은이 누나가 특별한 존재다. 문득 문득 누나에 대한 고마움이 떠오른다. 2007년 ‘진실게임’에 출연할 때 많이 위축돼 있었다. 그때 ‘영철아! 너는 정말 웃기다’며 응원해줬는데 힘이 됐다. 그 후에도 방송에서 내 토크 내용을 정리해줬다. 그래서 은이 누나한테 ‘토크 매니저’라는 별명도 생겼잖나.”

-이성적으로 생각한 연예인이 있다면.

“에이. 솔직히 말해? ‘아는 형님’에서도 잠깐 나오기도 했는데, 한채아? 하하! 그분은 남자친구가 있지 않나. 여기서 진지해지면 이상해진다.”

-요즘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없다. 2015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누나와 패션프로그램 ‘기부 티크’에 함께 하면서 공짜로 다 배웠다. 어느 날 미국 뉴욕에 갔는데 고현정 누나가 전화를 걸어와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에 가보라는 거야. 무슨 심부름 시키려고 그러나 싶어 싫다고 했더니 가서 구경하면서 패션 안목을 높이고 오라는 거였다. 하하!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다.”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라는데.

“그럼! 미드 ‘센스8’ 시즌2 오디션도 봤다. 난 포기하지 않는다. 내 젊음이 허락한다면 2∼3년간 미국에 갔다 올까도 고민 중이다. 어차피 나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아니니까. 미국에서 성공 못하고 돌아와 다시 시작해도 되잖아.”

-멈추지 않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

“엄마.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한 번은 엄마부터 삼촌, 이모, 누나까지 외가 친척 12명이 한 자리에 앉았는데 동시에 8명이 말을 하고 있는 장면을 똑똑히 봤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서로 말하고 싶어서.”

● 김영철


▲1974년 6월23일생 ▲동국대 호텔경영학 학사 ▲1999년 KBS 14기 공채 개그맨 ▲2006년 계원디자인예술대 기초영어초급 강사 ▲2010년 서울예술전문학교 호텔관광통역학과 겸임교수 ▲2011년 SBS 라디오 ‘펀펀 잉글리쉬’로 시작해 ‘김영철의 파워FM’ 진행 중 ▲채널A ‘지금 만나러 갑니다’, JTBC ‘아는 형님’, ‘최고의 사랑’, TV조선 ‘배달 왔습니다’ 출연 중 ▲2000년 제7회 대한민국연예예술대상 남자부문 코미디언상·KBS 방송연예대상 남자 개그맨 신인상(개그콘서트) ▲2010년 SBS 연예대상 만능 엔터테이너상(강심장) ▲2015년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남자 최우수상(나혼자 산다·진짜 사나이)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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