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민식 “내 얼굴에 침을 뱉어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25일 06시 57분


최민식은 관객을 실망시키는 법 없다.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을 연기한 그는 한편으로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인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제공|쇼박스
최민식은 관객을 실망시키는 법 없다.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을 연기한 그는 한편으로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인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제공|쇼박스
■ 영화 ‘특별시민’으로 돌아온 최 민 식

투표에 기 불어넣는다면 달게 맞겠다
대선 앞두고 선거판 영화…운명인 듯

영화 속 출마선언문 70%는 내가 썼지
정치인 의중 주목…TV토론도 챙겨봐

“영화를 보고 포스터 속 내 얼굴에 침을 뱉는 한이 있어도 좋다. 투표에 기를 불어넣는다면, 그런 기여를 한다면, 보람이다.”

배우 최민식(55)은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제작 팔레트픽쳐스)이 2017년 4월26일 공개돼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물론 어떤 ‘의도’로 개봉일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일이 갑자기 당겨졌을 뿐이다. 최민식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면서도 “어쩌면 운명인 것 같다”고 했다.

‘특별시민’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 변종구가 벌이는 ‘선거판’ 이야기다. 공장노동자로 출발해 인권변호사를 거쳐 국회의원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 대권에 야망을 품고 3선 시장에 출마한 그는 상대를 공격하는 네거티브를 넘어 범죄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최민식은 ‘명량’, ‘대호’에 이어 또 한 번 한계 없는 연기를 보인다.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인물 그대로인 듯한 모습은 이번에도 압권이다. 특히 7분여 동안 지속되는 출마 선언 장면은 하이라이트. 실제 대선 후보들이 최민식의 연설을 ‘교본’ 삼으면 어떨까 싶은 마음까지 일으킨다. 최민식은 그 연설문을 직접 썼다.

“촬영 전날 밤을 꼴딱 샜다. 기존 대사에 내 입에 착 붙을 만한 내용을 더해 70% 정도를 내가 썼다. 추억이 깃든 서울을 만들겠다는 내용도 그런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정치인 역할을 맡아 이를 체화하는 과정은 최민식에게 “웃기면서도 슬픈, 일종의 웃픈 감정을 줬다”고 했다. 때론 씁쓸하기도 했다.

“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이젠 정치인의 어떤 의중이 관심 있게 보이더라. 주의 깊게 본다. 특히 요즘 같은 이런 상황에서는…. 대선 주자들 TV토론도 챙겨서 본다.”

TV토론을 볼 때면 어떤 생각인지 물었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세트가 저게 뭐야?(웃음) 참 애 많이 쓰는구나.”

변종구는 우여곡절 끝에 대권에 한 걸음 다가선다. 악행도 서슴지 않은 그는 과연 훗날 대통령이 됐을까. 최민식은 심은경이 연기한, 젊고 양심적인 참모 박경의 이름을 꺼냈다.

“대통령은 안 됐을 거다. 대통령 되기 전, 크게 성장한 박경한테 작살이 났겠지. 하하!”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최민식은 ‘대호’를 마무리할 무렵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정통 정치극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계속 상투 틀었으니 이젠 깔끔하게 머리카락 자르고 넥타이 입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 ‘특별시민’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정치 소재로 치면 우리나라는 차고 넘치잖아. 게다가 정치인의 생과 사를 가르는 선거를 다룬다니, 이건 해야 했다.”

정치인을 연기하니, 관련한 여러 질문을 받는 요즘이다. “누군가 연상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특정 정치인은 만나진 않았다”는 그는 “‘특별시민’은 전반적인 정치 풍토에 대해, 정치인이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에 비판의식을 갖는 영화”라고 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최민식은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정말 많은 영화를 하고 싶다”고 반복해 말했다. 요즘 그를 자극하는 것은 뜻밖에 판타지 영화다.

“시회비판, 스릴러, 남북관계까지 우리 영화는 편향적으로 쏠린다. 5월9일 누군가 대통령이 되고 안정국면으로 접어들면 이젠 피로에 지친 관객을 위로할 영화가 나와야 한다. 판타지도 좋고, 작은 문학작품이어도 좋다.”

최민식의 구상은 막연하지 않다.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미녀와 야수’처럼 하염없이 빠져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열심히 찾을 생각이지만 만약 없다면 서로 의논하며 기획을 해볼 수도 있지 않겠나.”

● 최민식

▲1962년 4월27일생 ▲1989년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1990년 KBS 2TV ‘야망의 세월’ 데뷔 ▲1992년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94년 MBC ‘서울의 달’ ▲1999년 영화 ‘쉬리’, 대종상·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 ▲2003년 영화 ‘올드보이’, 대종상· 청룡영화상·대한민국영화대상·영평상 남우주연상 ▲2014년 ‘명량’으로 1761만 동원, 역대 영화 최고 흥행 기록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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